김흥식(동국대 교수) 경주신문 편집위원 `경주와 경주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다음 많은 독자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그래서 내친 김에 그 속편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2000년 하반기의 경주를 움직이고 있는 두 화두는 단연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태권도공원유치활동이다. 세계문화엑스포는 9월에 개최된 이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의욕적인 활동을 벌이던 태권도공원유치도 정부의 전면적 재검토 방침 천명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같다. 이 두 행사 중 어느 것이 과연 경주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것일까? 하나는 관주도의 행사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민간 주도의 행사라는 도식적 차이 말고도 두 행사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태권도공원유치활동에 대한 필자 나름의 생각은 지면관계상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세계문화엑스포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자. 우선 문화엑스포가 가지는 문화적 측면을 살펴보자. 문화엑스포가 무엇인지 알고 싶거나 유사한 행사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yahoo.com이라는 검색사이트에 가서, `culture expo` 혹은 `culture & expo`등의 방법으로 검색해보자. 문화엑스포란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라는 분류체계 아래 미술, 음악, 음식 등의 세 분류 항목으로 엑스포가 열리는 데에 대한 정보만이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문화를 구성하는 여러 세부 장르중 한 부분에 대한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도 문화엑스포란 말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 경주에서 열리는 문화엑스포의 정체는 무엇인가? 세계문화라는 매우 광범위한 문화에 대한 엑스포이니,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장대한 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고 또 그렇지 못하다. 문화의 어떤 한 측면이나 분야를 다루기도 힘든데, 문화의 모든 측면을 두리 뭉실하게 보여 주는 행사가 과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 평가는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고 엑스포를 다녀온 사람들이 평가할 것이다. 두 번 째로 세계문화엑스포 행사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점은 그 경제적 측면이다. 경제적 측면의 성과는 보통 비용과 수익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엑스포에 투입한 비용을 살펴보자. 엑스포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500억원이 넘는 토지를 사들였다. 또, 350억원 정도의 시설 및 기타 투자가 이루어 졌다. 일반 민간기업에서 투자를 한다면 최소한 얼마의 이익을 올려야 할까? 년간 지급해야할 이자만 해도 이자율 8%로 계산할 때 68억원 이므로, 최소한 이 만큼을 영업이익으로 벌어야 한다. 삼성상용차와 같은 퇴출 기업 선정 기준은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이자를 지급할 정도는 되는가 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6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야만 경주세계문화엑스포도 퇴출 당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최근 기사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엑스포 행사로 예상되는 적자는 200억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 수치는 엑스포가 경주 경제에 미치는 간접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경주의 상가들은 엑스포 때문에 2년마다 불경기가 온다고 한다. 시 관계자의 말처럼 일인당 2만원 씩 200만명 해서 400억원의 돈이 과연 경주에 뿌려 진다면 불경기 운운할 까닭이 없지 않을까? 매년 누적되는 적자는 결국 국민들 더 나아가서는 경주시민들이 부담해야 할 부분이라면, 세계문화엑스포 개최의 문화적, 경제적 측면을 비롯해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경주와 경주사람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사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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