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인명 수색 중 순직한 문경소방서 고(故)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의 영결식이 지난 3일 경북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문경시 육가공품 화재 현장에 가장 일찍 출동해 “안에 사람이 있다는”는 말에 공장 3층으로 뛰어들었다가 바닥이 내려앉으면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불이 난 공장 안에는 이미 모두 대피하고 남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이 없는 건물에 화염을 가르고 들어갔다가 희생을 당한 것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2명의 소방관의 희생을 초래한 이번 사고로 소방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지난해 경주에서는 1년간 총 25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중 공장, 창고, 주택 등 건축·구조물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가 159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 화재로 인한 부상 29건, 사망 1건 등 총 30건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결국 소방관들이 직접 출동하고 구조한 건수와 같다. 거의 매일 같이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경 육가공품 화재로 현재 경주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소방관 다수도 동료를 잃은 슬픔과 미안함으로 인해 심리적 장애도 있다고 한다. 소방청이 지난해 소방공무원 5만2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소방관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 증상 등을 호소하고 있다. 소방관의 절반 가까이가 적어도 1개 이상의 정신적 문제에 대해 관리나 치료가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다. 하지만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소방관들을 도울 심리 상담 인력은 소방관 600명당 1명꼴에 불과하다고 한다.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순직한 대원들과 함께 근무한 동료 소방관들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고통을 받고 있을 전국의 소방공무원들을 위한 정신 건강 관리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동안 소방대원들이 순직할 때마다 소방관들의 안전과 정신건강 문제 등 대책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나아진 것이 없다. 화재 현장은 늘 참혹하고, 그 위험 속에는 언제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드는 소방관들이 있다. 무엇보다 매일 같이 참혹한 인명피해를 목격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이 절실하다. 또 소방관의 생명을 지켜주는 필수 장비의 충분한 보급과 현장 지휘관의 역량 제고 등도 재검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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