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시즌이라는 말은 크리스마스의 영향력에 든 시기라는 뜻이다.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신일이다. 예수의 탄생을 전후해서 역사는 BC(Before Christ-그리스도 전)와 AD(Anno Domini-그리스도의 해)로 나눈다. 그렇다면 AD원년 전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재미있는 것은 예수 탄생이 BC4년으로 표시되었다는 것이다. 신약 성경에 나오는 해롯왕은 예수 탄생 전에 죽은 것으로 나온다. 우리나라는 AD3년 고구려 장수왕이 국내성으로 천도하고 중국에서는 전한이 망하고 왕망이 스스로 황제라 칭한다. AD2년에는 로마와 파르티아가 제3차 전쟁을 일으키고 몇 년 후인 AD7년에는 유대민족이 로마에 항복한다. 이런 역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었을까? ‘세계사 연대기’라는 책에서 발췌했다. 역사 관련 글을 쓰다 보면 수시로 고증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역사를 비교하거나 동서양의 시대적 흐름을 비교할 때, 세계사 연표를 살펴보는 것 만큼 쉬운 것이 없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이나 챗GPT등으로 연대기를 찾을 수 있지만 신뢰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정확한 연대나 흐름을 알고 싶다면 세계사 연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사 연표를 자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공통적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마제국이 강성하던 시절에는 중국의 당나라가 강성하고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국운이 강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사라센 제국이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철학 사조가 발전할 당시에 그리스에는 소피스트들과 소크라테스가, 인도에는 무수한 고행자들과 고타마 싯타르다가, 중국에는 공자와 제자백가들이 활동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세종대왕 시대는 세계사적으로도 다양한 문명과 문화의 발전이 일어난다. 한글이 제작될 시기 명나라는 북경으로 천도하고 정화를 남방원정길에 보내는 등 번성기를 구가한다. 독일에서는 구텐베르그 활자가 발명되었고 중앙아시아에는 티무르 제국이 번영하고 영국과 프랑스는 백년 전쟁을 매듭짓고 안정기에 들어간다. 동시대 나쁜 흐름들도 눈에 띈다. 조선이 임진왜란을 겪을 무렵 명은 여진 누루하치의 위협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인도에는 영국과 포르투칼 등 열강이 상륙해 침공의 역사가 시작된다.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의 메리스튜어트를 처형하는 사전을 벌인다. 영국과 스페인 무적함대가 격돌하는 것도 이 어름이다. 2차 대전 당시 동서양에서 연합국과 동맹국의 대전을 가능하게 한 나라들의 흥망과도 연결된다. 동시대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의 전체주의화, 러시아와 중국의 공산화 등이 부딪히며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흐름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례는 교묘하게 맞춘 퍼즐일 수 있다. 역사 이래 전쟁은 어느 때나 있었고 그 속에서도 문화와 문명은 쉼 없이 성장과 쇠퇴를 거듭해왔기 때문에 연표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마음대로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편집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세계사 연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연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은 기운을 더욱 좋게 포장할 수도 있고 나쁜 기운을 미리 감지해 세상을 향해 경종을 울릴 수도 있다. 그런 활용은 특히 지성인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세상을 향해 역사의 준엄한 흐름과 그에 따른 결과를 알려줌으로써 역사를 평화롭고 이성적으로 끌고가야 할 의무가 그들 지성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아직 연표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최근의 세계사적 흐름을 연표로 만든다면 비슷한 시기 세계의 흐름이 포착될 것이다. 러시아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중국 시진핑의 대만에 대한 공세, 유럽 제국의 경직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의 조짐, 미국의 자국중심주의가 판친다. 이에 질세라 한반도에서도 북한이 무모한 핵위협을 가중하고 우리나라는 검찰독주식 강성정권이 국민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인 이런 흐름이 각각의 국가나 국민보다는 정권의 유지나 일부 통수권자들의 독재적 망동에서 생긴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세계 도처에서 국가들이 이성을 잃고 정권의 이익에만 빠진 채 폭력적인 결정을 하다 보면 3차세계대전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바로 이런 시국에 지성인들이 힘을 발휘해 일체의 폭력과 폭주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세계사 연대기에 등장하는 무수한 세계사적 폭력의 흐름과 그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결과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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