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언젠가부터 ‘꼰대’라는 말이 남성 노인들을 경멸하거나 비하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자신의 주장만을 옳다 여기고 남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아랫사람들을 자기의 의견 위주로 몰아가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른다. 이 말은 또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만 열심히 떠드는 사람들을 일컫기도 한다. 구태의연하고 나잇값 못하면서 말만 많은 사람들,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성가신 상대인 셈이다.
사회전반에 꼰대라는 말이 나도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다분히 노인들이 스스로 불러 일으킨 결과다. 이들은 스스로를 틀 속에 가두는 것은 물론 그가 속한 단체나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기도 하다. 이런 노인들은 정작 행동해야 할 때는 웅크리고 나가지 않고 돈을 내야 할 때도 뒷전으로 빠져 눈치만 본다. 걸핏하면 ‘나때는 말이야’를 외치다 급기야 꼰대에 붙여 ‘라떼’라는 비아냥을 듣기에 이르렀다.
노인들이 꼰대가 되는 여러 요인 중 자신의 과거에 집착해 그것을 최선으로 여기는 편향성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설명이 가장 그럴듯하다. 다시 말해 꼰대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게 누구건 과거의 자기에게 최소한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젊어서 잘 나가던 사람들이 나이 들어 잘 나가지 못하는 현실을 이기지 못해 말로 때우는 것이 꼰대질이라는 것이다.
이런 꼰대들이 보면 화들짝 놀랄 만한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많은 남성들이 꼰대 소리 들을 만한 64세에 세계 최초로 쿠바와 미국의 플로리다 사이의 해협 160km를 수영으로 건넌 장본인이다. 더구나 그 주인공은 남성도 아니고 여성이다.
영화 ‘나이에드의 다섯 번째 파도(2023/지미 친 감독)’의 실제 주인공인 다이애나 나이에드(Diana Nyad 1949~)는 장거리 수영 선수로 1974년에 걸프 해협, 1975년에는 맨해튼 둘레 45km, 1979년에는 바하마의 노스비미니에서 플로리다의 주노비치까지 164km를 횡단해 주목받았다. 이에 앞서 28세이던 1978년에는 영화의 주무대인 쿠바의 하바나에서 플로리다의 키웨스트까지 가로지르는 세계 최장거리 수영 횡단을 시도했으나 42시간 동안 122km를 수영한 채 실패했다.
그로부터 33년 동안 수영을 쉰 나이에드는 많은 전문가들의 반대와 염려를 뒤로한 채 2011년 60세에 자신이 젊은 시절 포기했던 쿠바~플로리다 구간에 다시 도전한다. 특히 이때 나이에드는 상어방지용 철책까지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온몸으로만 수영하는 극단의 방법을 시도했다.
보통의 영화에서는 이쯤 되면 드라마틱한 성공담이 그려질 법하다. 그러나 이 도전은 강한 해류와 바람으로 17시간만에 끝난다. 그러나 나이에드는 불과 44일 만에 다시 도전했고 일년 후에도 또 도전했다. 그러나 거센 폭풍과 해파리의 독침에 찔리면서 연이어 실패했다.
이쯤에서 나이에드의 도전을 지지하던 스폰서도 관심을 줄이고 심지어 함께 팀을 꾸린 동료들도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과 생활고에 대한 어려움을 겪으며 나이에드를 떠나지만 그래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다섯 번째 시도가 2013년 8월 31일 시도되었고 53시간 만에 180km를 수영한 끝에 마침내 성공해 꿈을 이루었다. 이 도전에는 무려 35명으로 구성된 팀이 함께 했다. 친구이자 코치인 보니스톨, 각종 물살과 풍향 등을 계산해 최적의 시간과 경로를 선택한 항해사 존 발렛을 비롯해 배를 운전한 선장, 먹을 것을 조달한 요리사, 요트로 길을 안내한 인도자, 해파리 전문 해양 생물학자, 상어퇴치를 위한 인원, 기타 배에 속한 사람들 등이었다.
나이에드는 이 도전을 성공한 뒤 몰려든 기자와 팬들에게 자신이 터득한 세 가지 요점을 발표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꿈을 이루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수영은 고독한 스포츠 같지만 팀이 필요하다!’ 세 가지 모두 가만히 앉아 꼰대 노릇하는 노령의 남성들이 진지하게 되새겨 볼 만한 외침이다.
꼰대가 아닌 자신만의 꿈을 꾸는 노년이 된다면 그 자신의 정신과 몸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가 훨씬 밝고 활기차게 변할 것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꿈을 이룰 수 있다. 과거에 잘 나갔다면 이제 꼰대질을 멈추고 그 잘나가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 꿈을 정하고 그 꿈에 맞는 팀을 찾아보면 어떨까? 설혹 높고 거센 파도들이 앞을 가로막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