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본침몰(2006/히구치 신지 감독)은 일본 열도의 침몰을 다룬 일본 영화다. 일본의 지각 아래 있는 태평양 플레이트가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의 경계면에 급속하게 끼어들어 일어나며 일본 열도가 가라앉는다는 구상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는 열도 침몰의 전조를 보여주기 위해 구마모토와 아소산 등에서 일어나는 초거대 규모의 지진을 보여준다. 심지어 일본총리가 탄 전용기가 지진에서 튀어 오른 분화물에 맞아 폭발하는 영상까지 나온다. 한 번씩 경보가 울릴 때마다 어김없이 몰아치는 지진과 화산폭발, 그에 따른 해일은 도시를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뽑아가 버린다. 영화는 이로 인한 일대 혼란을 보여주며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생산활동은 중지되고 국민들은 해외로 도피하기 위해 국제선 항공에 쏠린다. 마트는 사재기하는 국민들로 혼란에 빠지고 모든 도로는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기 위한 행렬로 전체가 주차장으로 변한다. 극도의 페닉에 빠진 일본은 가라앉기도 전에 이미 침몰하는 모습이다. 영화 종반부에 가면 큐슈와 시코쿠는 이미 대부분 바다에 잠긴 모습이 나온다. 오사카와 나라가 완전히 바다에 잠기고 교토의 청수사(키요미즈테라)는 거의 파괴된 채 서 있다. 후쿠오카와 나가노는 불바다로 변해있다. 이 와중에 과학자들만큼은 이성을 가지고 미증유의 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일본열도의 침몰을 막기 위해 핵폭탄보다 위력이 센 N2폭탄을 터뜨려 일본열도와 태평양 플레이트를 분리시켜 침몰을 막으려 시도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작전 수행 중 폭탄을 잃게 되고 최후의 수단으로 잠수정 파일럿을 심해 속으로 보낸다. 일본이 끝내 침몰했는지는 영화로 확인하면 되지만 최근 일본의 행태를 보면 일본은 이미 침몰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영화에서 일본이 침몰하는 것은 자연재해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에서 일본은 정치가들의 얄팍한 권모술수와 파렴치한 국가정책으로 인해 침몰하는 모습이다. 이미 일본은 일본만을 위한, 더 정확하게는 일본 자민당만의 영구적인 집권을 위한 정책에 골몰해 있다. 주변국과의 상호이해나 협력은 애초에 관심이 없고 마치 80년 전 군국주의로 돌아간듯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을 압박하고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다분히 드러낸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결과적으로 자충수란 것을 정치가들은 외면해버린다. 당장 우리나라와의 외교관계에서도 보았듯 2019년 이후 일어났던 한일무역마찰은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준 한편 일본 자국민들에게도 엄청난 부담을 안겨 양자가 함께 고통스러웠다. 최근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도 주변국 이전에 일본 자국민들이 반대하고 혐오하는 정책이다. 자국 내에서조차 수많은 어민과 수산물 관련업자, 국민이 반대하는 오염수 방류를 태연자약하게 무시하고 방류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좋다고 말하는데 국민들을 고통에 빠뜨려가면서 얻은 경제적 이득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비용 줄이기에만 혈안이 되었다. 영화에서 일본 총리는 사고로 죽지만 이런 강성기류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는 총에 맞아 죽는 비운을 겪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정책은 무시한 채 주변국들을 압박해 얄팍한 이득을 꿰하는 일본은 다른 의미의 침몰을 시작하고 있다. 그런 기류를 반영하듯 일본이 내세우던 전자산업은 이미 세계적 기류에 편승하지 못한 채 대폭 움츠러들어 그 위상을 대한민국 삼성과 LG에 거의 넘겨주게 되었고 인터넷과 스마트 폰을 기반으로 한 산업에도 편승하지 못한 채 차세대 산업의 성장동력을 잃어버렸다. 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된 채 권력만 탐하는 일본내 수구 정치인들의 행태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정치인들의 행태와 함께 혐한(嫌韓) 분위기도 일본 침몰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며칠 전 일본의 한 음식점에서 한국인 고객에게 고의로 표백제 물을 먹인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국가 간 이해와 관용이 사라지고 나면 결국 국민들 간에도 이런 혐오와 분란이 생기는 법이다. 만약 영화처럼 일본이 침몰한다면 결국 그들이 우선적으로 피신해 갈 곳은 대한민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다. 외교에서도 일본이 잘 사는 길은 주변국들과 상생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그 길을 무시하거나 거부한 채 세계화의 거대한 기류에서 홀로 독불장군인 일본은 지금 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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