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를 다룬 영화는 많다. 영화 속 검사들은 정의롭게 묘사되기도 하지만 검사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잔혹하고 비열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정의로운 검사 영화의 대표인 ‘공공의적2(2005/강우석 감독)’은 비리와 권력에 맞서 싸우는 꼴통 검사를 그려 국민들에게 통쾌함을 선물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권력층에 빌붙은 악당을 상대하기 위해 담당 검사가 과감히 사표를 쓰자 그 결기에 공감한 부장검사도 검사직을 걸며 수사를 독촉하고 이어 검사장까지 옷 벗을 각오로 검찰총장에게 정의롭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나서는 장면이다. 결국 악당은 체포되고 그 악당을 봐주던 거물 정치인도 쇠고랑을 차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야수(2006/김성수 감독)도 정의로운 검사를 다루었다. 열혈형사와 정의로 똘똘 뭉친 독종검사가 등장한다. 그런데 악당이 검사를 향해 하는 말이 재미있다. “이기는 것이 정의다. 이기려면 강해야 한다. 강한 자는 조용하다. 약한 것들이 분노하고 흥분한다” 이 말을 증명하듯 영화에서는 그 막강한 검사를 한직, 오지로 보내기도 한다. 악당들은 검사의 가혹행위를 주장하며 검사를 농락하기도 한다. 그런 악당들을 상대하기 위해 야수가 되어야 하는 경찰과 검사, 그들을 결국 그 야수성으로 악의 무리를 제압한다. 부당거래(2010/류승완 감독)에는 비리 경찰과 뇌물에 길들여진 검사가 나온다. 이 영화에는 이른바 쓰레기 같은 기자, 기레기도 등장한다. 여기에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는 부장검사까지 있고 이들 뒤에는 돈을 대주는 재벌그룹이 회장이 도사리고 있다. 심지어 그들 뒤에는 수사의 혼선에 의해 국민들이 분노하자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대통령이 비겁한 대국민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한다. 이들이 승진과 돈, 권력을 중심으로 행하는 부당거래들은 연이어 많은 죽음을 만든다. 범죄와의 전쟁(2012/윤종빈)에도 조폭을 응징하는 검사가 나온다. 이 검사는 한편으로는 정의를 내세우지만 한편으로는 윗선과의 야합을 마다않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검사 역을 맡은 곽도원 배우는 아수라(2016/김성수 감독)에서는 검사로 등장한다. 아수라에는 비리 경찰과 조폭, 권력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검사가 등장한다. 여기서 검사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부하 검찰 수사관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인성말살의 끝장을 보여준다. 검사외전(2016/이일형 감독)은 정의로운 검사가 끝내 권력형 비리 윗전 검사들의 농간으로 인해 검사직을 박탈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옥에 끌려간다는 설정이다. 감옥에 간 검사는 사기꾼과 결탁해 정치인으로 변한 악당 검사를 도로 감옥에 잡아넣는다. 이쯤되면 누가 악당이고 누가 법을 지키는 검사인지 완전히 헷갈린다. 권력을 쫓는 검사의 최후가 어떻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검사들을 다 모아 놓은 듯한 영화가 있다. 더 킹(2017/한재림 감독)은 권력에 빌붙어 부귀영달을 누리는 검사, 부자의 사위로 들어가 호의호식하는 검사, 소신 있게 법을 지키는 검사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검사의 근무지도 다양하다. 지방 검찰청, 중앙지검, 중앙지검 특수부, 검찰 감찰부 등에서 활약하는 검사들이 총출동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검찰의 총아로 보이는 중앙지검 특수부다. 영화에서 여기에 소속된 검사들은 사건을 조율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 사건을 조작하고 사건의 이슈를 덮고 사건 자체를 없애버리는 짓들을 태연하게 자행한다. 사건을 숙성시켜 자기들 구미에 맞추어 써먹는 검사들을 보면 이게 현실에서도 틀림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습이 마치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고 검사에서 출세한 정치인들의 모습과도 빼다 박았다. 영화에서 검사를 어떻게 그렸건 현실에서 국민은 검사가 정의롭고 공정하기를 바란다. 범죄를 다루고 악인을 다스리는 가장 중요한 권한을 쥐고 있는 직책이 검사다. 경찰에서 이첩한 사건들의 기소여부를 책임진 사람이 검사이기에 그의 판단 여부에 따라 삶이 뒤바뀌는 경우가 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2023년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검사들의 활동이 두드러져 검사들이 정치권에 전면 등장해 그들에 대한 촉각이 더욱 곤두서 있다. 그들은 어떤 사건을 숙성 중이고 언제쯤 그것을 터뜨릴까? 검사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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