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경주지역에 피해를 입혔던 7개 태풍 가운데 하루 동안 2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가장 잦았던 지역은 덕동댐으로, 모두 네 차례였다. 이어 불국동과 외동읍이 세 차례씩 기록했고, 강동면·내남면·산내면·중부동은 두 차례였다. 건천읍과 현곡면은 각각 한 차례였다. 특히 그동안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침수, 하천 범람, 도로 유실 등 피해가 집중된 만큼 관리당국이 재난안전대책과 관련해 전면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주시재난안전대책본부가 공개하는 강우정보를 활용해 최근 5년간 태풍으로 인한 강우량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그간 태풍으로 하루 동안 가장 많은 강우량을 기록한 지역은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 내습 당시 덕동댐으로 362mm였다. 이어 지난 2020년 9월 7일 태풍 ‘하이선’ 때는 천북면이 308mm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태풍 ‘카눈’ 당시에는 산내면이 287mm로 그 뒤를 이었다. 하루 강우량 200mm 이상을 기록한 지역의 시간당 강우량은 더욱 심각했다. 이번 태풍 ‘카눈’이 경주지역으로 근접했던 지난 10일 오전 7시엔 산내면에서 시간당 4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외동읍과 덕동댐은 38mm를 기록했다. 또 불국동과 안강읍, 강동면도 시간당 30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시간당 강우량 30~40mm는 하천이 범람하는 단계며, 저지대에서는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수준이다. 최근 5년간 태풍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당 강우량을 기록한 것은 의외로 피해가 비교적 적었던 태풍 ‘오마이스(2021년 8월 24일)’ 때 문무대왕면에서 87mm로 최고점을 찍었다. 감포읍 75mm, 외동읍 59mm로 뒤를 이었다. 당시 지역 전체 평균 강우량은 92.1mm로 태풍치고는 비의 양이 적었지만, 시간당 강우량은 최근 5년간 최고치였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 당시에는 덕동댐이 시간당 78mm로 가장 많았고, 불국동 77mm, 문무대왕면 70mm, 외동읍과 강동면은 60mmm, 산내면 57mm 등의 순이었다. 시간당 70mm 이 강우량은 자연재해급으로 하수도를 체계적으로 설계한 도심지마저 침수되는 단계다. 산사태가 일어나고, 도시가 대부분 침수돼 교통이 완전히 마비될 수 있는 수준이다. 호우 지역에 태풍피해도 집중 태풍 피해 역시 하루 200mm 이상 호우가 내린 지역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19년 9월 태풍 ‘타파’와 10월 ‘미탁’의 영향으로 2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렸던 문무대왕면과 내남면의 도로 일부가 유실됐다. 2020년 9월 바람이 강했던 태풍 ‘하이선’은 감포항 친수공간을 초토화시켰고, 천북면에는 하루 동안 308mm가 내려 신당천 수위가 상승하자 8세대 29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또 현곡면 나원3리에는 하천이 범람해 주택 일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역대급 피해를 일으킨 태풍 ‘힌남노’ 당시에는 1명이 사망하고, 집중호우로 불국동과 강동면, 외동읍, 현곡면 등 지역 곳곳이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태풍으로 하천·소하천, 도로·교량, 수리시설 등 공공시설 796건이 파손돼 피해 금액은 1147억원이 이르렀다. 또 사유시설은 주택 11동 전파, 9동 반파, 798동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상가와 공장 침수는 각각 276건, 69건이었다. 저수지 범람위기로 주민대피 반복 저수지 범람위기로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제5호 태풍 ‘카눈’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산내면에서는 대현리 심원지의 만수 위험으로 경주시는 인근 마을 70가구를 대피시켰다. 또 암곡동 하천의 둑 유실 우려로 인근 주민들이 대피했고, 강동면 왕신저수지·건천읍 송선저수지·보덕동 하동저수지 등 3개 저수지가 월류 위험으로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대피한 주민들은 총 561세대 783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당시에는 강동면 왕신저수지, 건천읍 송선저수지의 월류 위험과 내남면 이조리 하천 범람 등으로 주민 4000여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2년에 한 번 꼴로 특별재난지역 선포 최근 5년간 경주지역에 영향을 미친 7개 태풍 가운데 피해가 막심해 정부로부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태풍은 세 차례에 이른다. 2019년 10월 태풍 ‘미탁’과 2020년 9월 ‘하이선’, 그리고 지난해 ‘힌남노’ 등 3개 태풍이다. 한 해 걸러 한 번꼴로 특별재난지역이 된 셈으로, 근래 들어 경주시가 태풍의 위험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태풍 피해지역에 대한 복구와 함께 정확한 강우량 및 피해사례 등에 대한 통계를 토대로 장기적인 재난안전대책을 서둘러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상 기온으로 인한 기후 변화로 극한호우와 태풍의 강도가 점점 심각해지는 가운데 경주지역도 그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그동안의 재해대책만으로는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보다 세부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태풍 피해지역에 대한 복구를 서두르는 한편,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장기적인 재난안전대책을 수립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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