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주로 6~7월에 계속해서 많이 내리는 비를 말한다. 습도가 높고 강수량이 많아져 야외활동에 제약을 받기도 하는데, 경주 내남 화곡에 살던 화계(花溪) 류의건(柳宜健,1687~1760) 선생은 가난한 살림에 장마가 지속되자 고된 삶을 시로 승화시켜 읊조렸다.苦雨 지겨운 비霖雨一旬氣色凄 열흘 내내 장마에 얼굴빛이 쓸쓸하고寂寥門巷斷馬蹄 적막한 길거리에 말발굽 소리 끊어지네屋穿愁對床床漏 구멍 난 집 침상마다 비가 새니 근심스럽고墍剝驚看點點泥 점점이 벗겨진 진흙을 놀라 바라보네澗水流深魚自樂 시냇물은 깊이 흘러 물고기가 즐겁고山花落盡鳥空啼 산의 꽃은 다 떨어져 새가 부질없이 울어댄다春宵苦永眠難着 봄날의 밤은 괴롭고 길어서 잠들기 어렵고獨坐沉吟待曉雞 홀로 앉아 읊조리며 새벽을 기다린다네이 시는 봄에 지었다. 고우(苦雨)는 지겨운 비 또는 궂은 비, 즉 장마를 말한다. 얼마나 비가 심하게 오래도록 내렸으면 괴롭다는 표현의 苦를 사용하였겠는가? 봄날이라 별로 춥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장마가 지속되어 얼굴빛조차 차갑고 쓸쓸하다. 가난한 살림에 지붕엔 비가 새고, 비에 젖은 벽의 진흙이 흘러내리니 근심이 가득하다. 하지만 물고기는 불어난 강물에 힘차게 헤엄치고, 새들은 다 떨어진 꽃에 구슬피 울어대는 자연의 자연스런 모습에 도(道)를 알아 간다. 봄날 밤이 길지 않지만 잠들지 못하고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작가의 모습에서 참으로 장마가 지겹게 느껴진다.또 매화나무 열매가 노랗게 익을 무렵 내리는 황매우(黃梅雨:장마)를 읊조렸는데,苦雨 지겨운 비造物何爲極備陰 조물주는 어찌도 큰비를 만들었을까?黃梅時節苦淫霖 매실 익을 무렵에 궂은 장마가 짙네淋淋不絶天應漏 주룩주룩 끊임없이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處處無乾地欲沉 곳곳마다 마르지 못한 땅은 잠기려 하네擡首難看庸蜀日 고개 들어도 밝은 해 보기는 어렵고傷心空對子桑琴 마음 상해서 부질없이 자상(子桑)의 거문고를 마주하네跳梁惟有羣蛙在 오직 개구리들이 폴짝 기승을 부리고得意揚揚戱小涔 의기양양 작은 괸 물에서 노니네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큰비가 연일 주룩주룩 내린다. 땅이 마르기도 전에 비가 다시 내리고, 하늘의 해를 보기는 더욱 어렵다. 자상금(子桑琴)은 자상의 벗인 자여(子輿)가 그의 집을 찾아갔더니, 자상은 거문고를 타면서 자신의 지독한 가난을 한탄하는 노래를 불렀고, 화계 역시 지독히 내리는 비에 찾아오는 이 없는 외로움과 가난한 삶을 한탄하였다. 하지만 아는 듯 모르는 듯 작은 물웅덩이의 개구리가 폴짝폴짝 비를 반기며 생동감이 있게 뛰어다니니 장마의 지겨움을 개구리로 승화시킨 작가의 표현이 유쾌하다. 장마는 음이 짚은 시기로 음양의 이치에 따라 극음지기(極陰之氣)에서 양의 기운이 시작된다. 이치에 따라 장마가 지나가고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달구고 나면 서서히 더위가 가시고 가을이 도래한다. 눅눅한 날씨의 장마가 고되지만, 고난의 시기를 견디고 나면 언젠가 맑은 날씨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열흘 기나긴 장마에 작은 집의 구멍 난 틈으로 비가 새고, 동이마다 빗물을 받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고 비는 밤새도록 퍼붓는다. 봄날의 기나긴 밤에 그저 할 일은 시서(詩書)를 가까이하며 새벽닭이 울기만을 기다리는 그의 마음이 애틋하다. 때로는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듯 온갖 동물이 생을 즐기는 연비어약(鳶飛魚躍)의 관용도 부리고, 한편으로 내린 비에 물이 불어나 걱정되지만, 오히려 수심이 깊어져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칠 생각에 마음은 여유롭다. 화계 선생은 내남 화곡에서 가난하게 살아가지만, 자연의 변화된 모습을 몸소 느끼며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동화되어 살았다. 그가 남긴 수많은 한시 작품은 경주의 모습을 이해하는 또 다른 매력이 있으며, 7월 장마가 한창인 요즘, 『화계집』을 번역하다가 그의 재치 넘치는 시에 탄복해 함께 공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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