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부동산 시장이 금리 상승에다 거래량 감소, 미분양 물량까지 쌓이며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에서 네 차례 연속 동결했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주택담보 대출이 최고 연 6%대를 넘어선 것.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2월, 4월, 5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 현재의 연 3.5%로 동결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나섰지만 금융기관의 대출은 상승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주택담보 대출을 살펴보면 고정형 금리는 연 4.06%~6.0%로 집계됐으며 변동형 금리는 연 4.21%~6.19%로 조사됐다. 주택담보대출이 최저 연 3%대에서 최고 5% 후반까지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대출금리 인하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래량 줄어든 아파트
지역 부동산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발표한 5월중 경북동해안지역 실물경제동향에 따르면 경주지역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거래량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3월 -0.8%에서 4월 -0.5%, 5월 -0.3%로 최근 조금씩 상승했지만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 아파트전세가격 변동률 역시 3월 -0.7%, 4월 -0.5%, 5월 -0.5%로 여전히 감소 중이다.
부동산 가격 변동율 감소와 함께 부동산 거래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에 따르면 3월과 4월, 5월 아파트 등 주택매매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지역 부동산 거래량은 5월 100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3월과 4월에도 지난해 대비 최고 32%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미분양 감소? 미분양 비공개로
지역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감소하는 가운데 최근 미분양 물량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미분양 감소는 실제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 미신고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 5월 미분양 현황을 살펴보면 총 1381세대가 미분양 상태다. 지난 1월 미분양 1460세대에 비해 80여세대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경주시에 따르면 미분양 해소가 미미한 사업시행자가 미분양 비공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분양 비공개 아파트는 힐스테이트 황성 608세대와 더메트로 줌파크 549세대다. 지난 1월부터 미분양 물량을 비공개한 더메트로 줌파크는 비공개 전인 지난해 12월 미분양 물량이 176세대였다. 힐스테이트 황성은 미분양 물량을 줄이기 위해 할인 분양까지 나선 상태로 두 아파트 미분양이 공개되면 지역 아파트 미분양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할인 나선 아파트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으면서 일부 아파트는 3000만원 할인 혜택을 지급해 기존 분양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황성동에 들어설 힐스테이트황성이 미분양 물량에 대해 최대 3200만원에 달하는 할인 혜택 제공에 나섰다. 총 608세대 중 절반 이상이 미분양 물량으로 남게 되자, 분양대행사를 통한 수수료 환급 조건으로 할인을 제공한 것이다. 분양대행사 측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수수료를 돌려주는 것이라며 할인 분양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계약자들은 신규 계약자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할인 분양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힐스테이트황성 기존 계약자는 “지역 다른 아파트는 분양 당시 계약 안심보장제를 통해 신뢰성을 높였지만 힐스테이황성은 기존 계약자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신규 계약자와 동일한 할인을 적용해 달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대규모 집회 등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미분양 관리지역 ‘1년 6개월째’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경주시는 1년 6개월째 미분양관리지역에 선정됐다. 주택보증공사는 지난 6일 제78차 미분양 관리지역 선정 회의에서 경주시를 비롯한 포항 등 대구·경북 4개 지역에 대한 미분양 관리지역 기간을 오는 8월까지 연장키로 했다.
경주시는 지난 2022년 3월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후 또다시 연장되며 전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관리지역으로 머물게 됐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지역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고 있고 거래도 줄어든 상황에서 미분양 해소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면서 “당분간 미분양관리지역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