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3년 만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 초기를 지나 안정권에 들어설 때쯤 맹장이 터졌다. 쌍둥이가 배 속에 있어서 긴가민가했지만, 의사는 맹장으로 최종 진단을 했고 결국 수술을 하게 되었다. 배 속에 아이가 있는데 수술해야 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의사는 맹장만 떼어내면 된다고,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안전하게 수술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거기다가 수술 전 엑스레이 사진까지 찍어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웠지만, 다행히 납을 배에 두르고 조금의 방사선도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게 촬영한다는 소리에 겨우 승낙하고 엑스레이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배출하는 문제가 화두다. 엑스레이 방사선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의 기술로는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는 원전 오염수를 그대로 바다에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한 번 내보낸 오염수는 전 세계 바다를 누빌 것이다.
희석된다고 괜찮다고 말하는가? 오염된 우럭을 한 마리는 먹어도 된다고? 의학적 소견만 괜찮다면 오염수를 마실 수도 있다고? 요 며칠 아줌마는 콧구멍이 두 개라 숨 쉰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확실한 검증과 감시를 전제로 한, 이웃 국가의 역할은 보이지 않고 마치 일본 정부의 대변인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말도 안되는 처신을 지켜보았다. 어쩌려고 이러는가! 정말 책임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가? 지구에 넘치는 80억 인구로 우리는 지하수를 마음껏 사용했고, 그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졌고, 지구의 자전축이 더 기울어졌다. 인간은 산업화 이후 지구의 오존층을 열심히 파괴했고, 한계에 다다른 듯한 지구는 여기저기서 몸살을 앓으며 기후재앙으로 답하고 있다. 이것이 모자라서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으려고 하는 것인가? 스스로 자멸의 길로 들어서려 하는가? 그걸 대한민국이 막지 않고, 되려 응원하는가? 아줌마는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지만, 한국인만의 정이란 감성도 좋고,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한국인의 스피드도 좋고, 뭐든지 배달되는 배달문화,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냄비근성도 좋다. 한국 전쟁을 겪으며 세계 최빈국으로 원조를 받았던 나라에서, 최초로 원조를 베푸는 나라가 된 우리나라가 멋지다. 또한 1998년 IMF 사태를 겪고도 금 모으기 운동처럼 온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 빠른 시일 내에 국가 부도 사태를 벗어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어디 근현대사만 그런가? 우리의 역사에는 우리의 어깨부심을 드높이는 일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이런 백그라운드를 둔 아줌마의 자부심을 어쩜 이렇게 허무하게 하는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복귀? 그래, 일본이 이래저래 많이 쇠락했지만 여전히 소부장 강국이라는 것은 안다. 5천만 인구로,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에서 일본의 협조가 있다면 좋은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생명을,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얻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 우리나라가 반대한다고 일본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들이 하는 짓을 넋 놓고 봐야만 할까? 더욱이 그들이 하는 행동이 우리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면 우리는 들고 일어서야 하지 않을까? 괴담이라고 치부하며 비논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무엇이 괴담인가? 정말 모르는가? 오늘 서울대 원로 교수들이 보다못해 인터뷰를 자청했다. 아니, 초등학교만 다녀도 알 수 있는 이야기를, 이분들이 나와서 재차 강조해야 하는가? 정말 어찌 하려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넘겨주려고 하는 것인가! 우리는 이미 미래 세대에게서 빌려온 환경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우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낭비한 시대를 보내며 자원을 흥청망청 썼다. 바다에는 대륙만큼 거대한 쓰레기 섬이 서너 개 있으며 미세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거기에 방사능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것마저 흘려보낼 것인가? 아줌마는 묻고 싶다. 그걸 방류하겠다는 일본을 우리는 보고만 있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