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년 사이에 라보엠(1896), 토스카(1900), 나비부인(1904)을 연달아 히트시킨 푸치니는 1907년 미국으로 간다. 그곳에서 1850년대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무대로 한 작품 ‘서부의 아가씨(La Fanciulla del West/1910초연)’를 발표한다. 이어서 1918년에는 세편의 단막극 연작 ‘외투(Il tabarro)’, ‘수녀 안젤리카(Suor Angelica)’, ‘잔니 스키키(Gianni Schicchi)’를 무대에 올린다. 일 트리티코(Il Trittico)라 불리는 이 3부작은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하는데, 순서대로 지옥, 연옥, 천국을 의미한다. ‘외투’는 치정에 얽힌 살인극이다. 젊은 아내 조르제타와 함께 사는 늙은 화물선 선장 미켈레가 아내와 불륜관계인 젊은 선원 루이지를 죽인다. 같은 치정극 장르인 마스카니(Pietro Mascagni/1863-1945)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와 동시 상연되는 경우가 많다. ‘수녀 안젤리카’는 어린 아기를 빼앗기고 수녀원에 들어온 안젤리카가 상속포기 각서를 받으러 수녀원에 찾아온 친척에게서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하여 스스로 독초를 먹고 자살한다는 내용의 비극이다. ‘잔니 스키키’는 푸치니의 유일한 오페라 부파다.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라는 딸 라우레타의 아리아가 매우 유명하다. 제목만 보면 딸의 아버지에 대한 러브송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남친 리누치오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당돌한 협박이다. 푸치니가 나비부인을 초연할 때가 46세다. 로시니나 베르디처럼 이룰 건 이미 다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걸까? 미국에서의 3부작도 물론 멋진 작품이지만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작품성이 떨어진다. 푸치니 아니던가? 푸치니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은 날로 증폭되어 갔지만, 푸치니다운 대작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푸치니의 마지막이자 불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바로 ‘투란도트(Turandot/1926초연)’다.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절세미모의 투란도트 공주는 자신의 낸 3가지 수수께끼를 모두 푼 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발표한다. 만약 청혼자가 한 문제라도 풀지 못하면 바로 죽는다. 사람들이 속속 죽어나가자 칼라프 왕자는 목숨을 건 도전을 하게 되고, 수수께끼를 모두 풀어버린다. 심지어는 투란도트에게 동이 틀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맞혀보라는 만용을 부린다. 이때 칼라프 왕자가 부르는 아리아가 바로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다. 투란도트에는 바그너 음악극에 등장하는 희생적 여인이 있다. 칼라프 왕자의 여종인 류가 그렇다. 왕자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푸치니는 투란도트를 만들 무렵 후두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류의 죽음까지 쓰고 죽는다. 마무리는 후배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1875-1954)가 했다. 푸치니의 절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1867-1957)가 1926년 라 스칼라에서 초연을 지휘했다. 그는 류의 죽음 씬을 마치고, "마에스트로(Maestro) 푸치니가 작곡한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라고 말한 후 퇴장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