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포항 지역의 오랜 남자 고등학교들은 6.25를 맞을 때마다 연례적으로 하는 행사가 있다. 전몰학도병추념식이다.
마침 지난 6.25를 맞아 차재욱 씨가 자신의 모교인 경주공업고등학교에서 치러진 6.25참전 용사 위령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학교 총동창회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는 차재욱 씨는 행사에 참석하며 자신을 ‘소년에서 어른으로 일깨워준 모티브’가 모교에 세워진 전몰학도병추념비였다고 소개했다. 6.25가 터지고 불과 20일도 지나지 않아 공산군에 의해 낙동강까지 밀렸던 남한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다. 이때 가장 먼저 전쟁에 나선 학생들이 16~18세, 경주와 포항 지역의 학도병들이다.
전몰학도병은 이후 화랑 관창과 더불어 경주와 신라의 소년혼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조국을 위해 기꺼이 젊은 목숨 바친 불굴의 애국정신이라는 칭송을 들으며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교육관에서는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 꽃다운 소년들의 죽음만큼 어이없는 것도 없다. 그들의 죽음은 고작 야욕에 불타는 몇몇 정권 지배자들의 싸움에 희생된 처연한 죽음일 뿐이다. 비록 그들이 나라를 지켰다거나 후방의 가족을 지켰다는 명분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실제로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정권과 전쟁을 미화한 후대의 교묘한 포장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김일성 집단은 자신들의 더러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온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면서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고 전쟁이 터지자 이승만은 급거 대구까지 도망친 상태에서 자신은 서울을 지키고 있으며 국군이 곧 북진할 것이라는 어이없는 대국민 방송을 내놓는 등 국민을 기만했다.
이런 나라를 위해 그 꽃다운 학생들이 목숨을 버려야 했다면 그게 과연 가치 있는 죽음인가?
전몰학도병 추념식에서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명복을 비는 것은 매우 당연하지만 또다시 이런 죽음이 이 땅에 일어나지 않도록 국방을 강화하고 정권을 감시하는 것이야말로 이성을 가진 국민들의 더 중요한 의무일 것이다. 화랑 관창과 전몰학도병의 비극은 두 번 다시 역사에 등장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