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천황의 후손들은 천무와 지통천황에게 빼앗긴 황위를 되찾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은 엄중한 감시 하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향가의 힘을 빌어 황위를 찾고자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천지천황 측 인사들은 향가를 만들어 천무천황 후손들간 골육상쟁을 벌이기를 빌었다. 마침내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천무와 지통의 후손들은 골육상쟁 끝에 이리저리 갈라져 황위를 이을 후손들이 남아나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천지천황의 친손자인 광인(光仁)천황이 마침내 즉위하게 되었던 것이다.<231번가> “고원산으로 가는 들가에 / 가을 능금 나무 열매가 열렸다가 흩어진다. / 바라보니 황위를 지키는 사람이 없다”
고원산(高圓山)은 높고도 원만해야 하는 자리, 천황의 자리를 은유하고 있다. 고도의 암시법이 사용되어 있다. 그만큼 천지천황의 후손들은 감시 속에 살았을 것이다.
작품 속 ‘아(芽)’는 파자법으로 풀어야 한다. 芽=十十 + 牙으로 파자가 된다. 이십번을 어금니로 씹어 먹는 과일, 즉 능금을 말하고 있다. 추자(秋子)는 지통 후손들을 암시하고 있다.
늦가을 들판에 붉게 익은 능금이 여기저기 흩어지고 있다. 언듯보아 그림같이 아름다운 정경이다. 그러나 내용은 냉혹하다. 지통천황(=秋)의 후손들(芽子 능금 열매)이 골육상쟁을 벌여 서로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황위를 지켜야 할 사람조차 남아나지 않았다.<232번가> “황자께서 삿갓쓰고 산으로 가네. / 들가로 난 길에 큰 구름이 끼어 있다. / 거칠어 오래 걸리는 나라 찾는 길”<233번가> “고원산 들가에 가을 능금나무 열매가 흩어지네. / 너희들이 흩어지니 황자님의 모습이 눈앞에 밟히고 또 밟힌다. / 슬픔에 눈물을 뿌린다”
천무와 지통의 후손들이 서로 싸워 황위를 지킬 사람조차 남아나지 않았다. 이제 천지의 후손인 지귀(志貴)황자가 나서 황위를 되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하늘이 무심하여 이러한 때 그가 죽고 말아 슬프기 그지없다는 작품이다.<234번가> “삼립산(三笠山) 들가 따라 떠도는 머나먼 길. / 매우 멀고 거칠다. / 멀기로 소문난 곳” ‘매우 멀고 거칠기로 소문난 곳’이라는 구절 역시 황위를 되찾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암시한다. 삼립산(三笠山)은 ‘삿갓 쓴 세 사람이 갔던 산’이다. 세 사람은 천지천황 가족관계 표에서 찾아보면 천지의 아들 지귀(志貴)황자, 손자 광인(光仁)천황, 증손자 환무(桓武)천황으로 볼 수 있다. 이들 후손 세 사람은 부끄러워 하늘의 해(천무, 지통 천황 등)를 차마 바라 볼 수 없어 삿갓을 쓰고 다녔다는 뜻이 될 것이다. 황위를 잃은 천지후손들의 고난을 그린 수작이다.
이 작품을 끝으로 만엽집 권제2가 끝이 난다. 황위를 되찾기까지의 천신만고의 여정을 그린 작품들이 만엽집 권제2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향가는 한반도에서 건너갔다. 우리의 향가는 그곳에서 일본 황실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