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이전 사람들은 어릴 때 어른들끼리 부르는 말에서 박주사, 김주사, 최주사 같은 말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여기서 주사는 6급 행정직 국가공무원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그러나 꼭 6급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어느 정도 나이 든 공무원들이면 으레 주사로 불렀다.
그보다 더 이전 세대 어른들은 김첨지니 최첨지, 혹은 김참봉이나 최참봉, 혹은 김생원이나 최생원 같은 호칭도 자주 썼다. 첨지는 첨지중추부사의 줄인 말로 무려 정3품이나 되는 무관에게 붙인 직급이다. 생원은 벼슬이 아니다. 소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붙이던 호칭으로 조선시대 성균관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주어 생원이 되면 어엿한 양반으로 행사할 수 있었다. 신분제가 철폐되면서 유학을 공부하거나 지방 유지쯤 되면 으레 생원이라는 말을 붙였지만 이게 나중에는 시골 나이 든 어른을 부르는 용어로 발전했다. 생원과 동급이라고 할 수 있는 진사 역시 소과에 합격한 사람에게 붙인 호칭이지만 진사는 사장, 생원은 경학시험을 친 것이 달랐다. 재미있는 것은 경학을 중시한 조선사회가 진사보다 생원을 더 높이 쳐주었다는 사실이다.
참봉이라는 호칭도 자주 쓰였다. 조선시대 9품 관직 중 당당한 종9품 벼슬의 명칭이 참봉이었다. 이 참봉은 정식 벼슬 명칭으로 지금의 9급과 비교해 완연히 다르다. 조선시대는 지금보다 벼슬이 세분되지도 않았고 벼슬이 많지도 않았기 때문에 참봉 되기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지방 관아의 6조관속들이나 포졸 같은 자리는 급수도 없는 중인 이하의 사람들이 차지하던 자리다. 이방이나 형방, 호방 같은 직책들이 따지고 보면 지금 기초지방단체의 국장급 직책이었을 것이지만 품계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꼭 따져서 비교해서는 안 되지만 참봉이 그만큼 높은 자리라는 말이다.
처용무 이수자인 김용목 씨가 페이스북에 참봉 제수 받았다며 즐거운 글을 올렸다. 경북도로부터 흥덕왕릉과 헌강왕릉 참봉으로 임명받았다는 것이다. 조선시대도 왕가의 각 무덤은 물론 이전 왕조의 능을 관리하는 참봉들이 있었다. 참봉은 관리직이고 그 아래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참봉이라는 직책이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것을 살려 참봉 임명한 경북도의 발상도 재미있고 ‘묘비에 학생이라는 말 대신 참봉을 붙이게 되었다’며 즐거워한 김용목 씨의 위트에도 공감된다. 참봉은 쉽게 받는 자리가 아니다. 더구나 21세기에는 아주 귀한 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