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물가가 치솟으면서 노인 및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급식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무료급식에 필요한 식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무료급식소 운영에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무료급식 이용자들이 대폭 늘어났고, 코로나19 이후 후원마저 크게 줄면서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현재 무료급식소로 지원되는 보조금은 한끼당 3000원. 하지만 이용자가 늘면서 대체식품 포장비용 등이 추가돼 실제 한끼를 제공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2200원 정도를 지원받는데 그친다는 것.
여기에 물가 상승으로 식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료급식소에서 사비까지 보태 무료급식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주간 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주 대비 토마토(42.8%상승), 붉은 고추(28.8%상승), 오이맛 고추(15.4%상승) 등 식자재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또 양파, 고추 등 무료급식에 필요한 식자재들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현재 경주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경주시종합사회복지관, 이웃집, 성림무료급식소 등 3개소다.
이웃집과 성림무료급식소는 일평균 이용자가 각 200여명이다. 경주시종합사회복지관은 최근 일평균 이용자가 600여명에 이르면서 이용자 연령을 제한해 현재 일평균 400여명 정도로 줄인 상황이다.
또 무료급식소 3개소 중 성림무료급식소는 이달부터 대체식품에서 현장 급식으로 전환했지만 식자재 물가 상승으로 이용자들에게 이전과 같은 식단을 제공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웃집과 경주시종합사회복지관도 현장급식으로 전환을 고민하고 있지만 너무 올라버린 식자재 가격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용자가 가장 많은 경주시종합사회복지관은 현장급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 우려돼 고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 모집도 쉽지 않다. 무료급식소 한 곳당 자원봉사자가 최소 10명 이상은 있어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한데 이용자가 늘면서 봉사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게 급식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현재 대체식품으로 운영해 큰 문제는 없지만, 현장급식으로 전환하면 자원봉사자 모집이 어렵다. 조리부터 배식까지 많은 곳에 일손이 필요한데 일의 강도가 높아 봉사자들이 쉽게 오지 않는다”며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자원봉사자들 스스로 해야 봉사지, 봉사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식자재 가격은 계속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무료급식소 지원 예산은 변동이 없어 향후 운영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무료급식소는 대부분 후원 또는 자부담, 정부예산으로 운영된다.
특히 올해 경북도 지원 예산 4억7000만원은 오른 식자재 가격을 따라잡지 못한다. 내년도 예산에 급등한 식자재물가가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매년 고령화비율이 높아지는 경주시의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무료급식 이용자들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지역 무료급식소 운영과 관련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무료급식소 예산은 경북도에서 지원하고 있고, 무료급식소가 부담하는 식재료의 비용을 줄여주기 위한 사업이다보니 예산이 많지 않은 편이다”며 “경북도에서 물가상승분을 염두에 두고 예산을 증액하면 좋겠지만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 여론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