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나무의 역할은 폭염이나 도시열섬 같은 기후를 개선하고 겨울에는 찬 바람을 막아준다. 또 도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홍수나 산사태 등 자연재해를 방지하고 소음과 매연등 공해를 완화한다. 산림욕과 치유를 주기도 하고 도시 숲으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주는 가로수와 문화재 주변의 나무들이 그 역할을 하지만 의외로 시내에는 나무가 많지 않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소덕동 이야기’에서 마을을 지키려는 이장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주민들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당산목을 보호수로 지정이라는 장면이 나온다. 경주읍성의 회화나무는 둘레만 5M가 넘고 높이도 20M가 넘는 거목이다. 황남전의 나무와 계림, 반월성의 나무들은 수령이 3~500년 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체계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을 것 같다. 경주시내 큰 나무들에 대한 보호수 지정과 관리는 경주 시민들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경주라는 도시의 역사성을 주는 랜드마크로서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큰나무 등록제를 실시하여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일반주거지와 국·공유지에 심어진 지름 20cm 이상의 가로수, 보호수, 희귀목 등에 대해 고유번호와 등급을 부여하고 대장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나무들의 소유자 이름을 비롯해 수종, 수령, 나무높이, 나무형태, 관리등급, 수목 위치 등이 상세하게 기록된 나무대장을 만들어 관리한다. 등록된 나무는 비료 지원, 병충해 방제 등 수목관리에 필요한 기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노후 수목, 희귀목 등 특정 수목에 대해서는 외과 수술비도 지원한다. 산림청에서는 ‘보호수’라는 제도를 두어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1만3859그루, 경상북도에는 2022그루, 경주에는 총 72그루가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 국가에서 보호하는 보호수에 대한 선정 기준은 산림법에 제67조에 규정되어 있다. 보호수(保護樹, nurse-tree)는 100년 이상 된 노목(老木)·거목(巨木)·희귀목(稀貴木)을 지칭하며, 그중 보존 가치가 있는 명목(名木)·보목(寶木)·당산목(堂山木)·정자목(亭子木)·호안목(護岸木)·기형목(畸型木)·풍치목(風致木) 등이 해당된다. 그중 수령이 500년 이상인 것은 도 나무, 300년 이상은 군 나무, 200년 이상은 면 나무, 100년 이상의 것은 마을 나무로 산림법 규정으로 지정·관리한다. 경주시 산림경영과에서 공개한 2021년 현재 경주시 관내 보호수 지정현황을 보면 총72그루 중 40년 전인 1982년 10월에 대부분 지정이 되었고 이후 2000년대 이전에 4그루, 2000년대 이후는 불과 4그루만 지정되었다. 2019년 6월 18일 경남 진주성 안에 있는 15m 높이의 고목이 뿌리째 뽑히면서 성벽 쪽으로 넘어졌다. 수령이 600년 정도로 추정되는 느티나무로 진주성 안에서는 가장 오래된 나무였다. 전문가들은 ‘안쪽 부분이 썩어 나무 속이 비어서 쓰러졌을 것’이라며 ‘이렇게 오래된 나무들은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관리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일들이 경주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경주읍성의 회화나무는 읍성만 존재하는 것보다 더 큰 경관적 가치를 준다. 최근 복원한 읍성에 수백 년간 뿌리 내린 회화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한다면 수백 년의 역사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경주읍성뿐만 아니라 황남전, 반월성 등 문화재 근처에도 보호수로 지정해 국가와 지자체에서 관리해야 할 나무들이 많이 있다. 관광자원은 유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운치와 멋을 더하는 자연생태계에도 있다. 경주의 정체성을 살리고 세계일류 관광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문화재뿐 아니라 큰 나무를 비롯한 도시 내의 모든 생태계를 지키고 가꿀 수 있어야 한다. GIS 같은 IT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진일보한 선진 관리시스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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