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제(北齊, 550~577) 때의 역사책 <위서(魏書)>에 ‘환인(桓因)이 환웅(桓雄)에게 천부인(天符印) 3과를 주어 세상을 다스리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의 건국이요, 생일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신화를 기원으로 삼으니 올해는 단기(檀紀) 4355년, 10월 3일은 개천절이다. 천부인 3개를 주었다는 것은 곧 인장을 표장으로 한 브랜드(brand)의 한가지로 볼 수 있다. 반만년이 흘러 글로벌시대에 접어든 오늘에 경주 브랜드는 무엇이며, 어떻게 마케팅(marketing)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영어 ‘Brand’의 의미에 태우다는 뜻 외에 불(fire), 불타는 나무 조각, 불꽃, 검(sword)의 의미가 있는데 어원은 노르웨이어 ‘Brandr(불에 달구어 지지다)’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가축의 주인이 자기 소유임을 표시하기 위하여 문양을 인두로 만들어 불로 달구어 낙인을 찍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개념은 이미 기원전 2250년 인더스 문명(Indus Valley)에서 사용된 물개 모양의 상징이 발견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문양과 글씨를 새긴 인장이 약 3500개 발굴되었다. 기원전 7세기경 그리스 상인들은 항아리에 특별한 표시로 부착하기도 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시대 인장이 황룡사지를 비롯한 산성 등지에서 발굴되고 있으며, 토기와 같은 여러 가지 기물에 ‘井’자 같은 문양을 표시하고 있다. 브랜드이자 상표이다.
브랜드의 사전적 의미는 ‘사업자가 자기 상품에 대하여, 경쟁업체의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문자·도형 따위의 일정한 표지’이다. 프랑스의 H모 브랜드는 핸드백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고 이마저도 수년을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다는 오늘, 경주시는 ‘뉴 브랜드 마케팅’을 기치로 내걸었다. 도시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는 도시 브랜드 콘텐츠의 발굴과 체계적인 관리 홍보를 통하여 차별화된 도시이미지를 구축하고 도시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역사 자원을 바탕으로 한 도시 마케팅으로, 오랜기간 축적된 지역 이미지에 대하여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경주가 자본·방문객·이주민 유치를 위해 타 도시와의 경쟁 관계 속에서 도시 공간 및 이미지 상품을 판매 및 교환하는 마케팅 활동을 과감하게 새로이 펼쳐 나가겠다는 재도약 의지이다.
경주시는 ‘2022 뉴 브랜드 마케팅 전략’으로 ‘천년도시’, ‘황금도시’, ‘정원도시’를 새로운 콘텐츠로 세웠다. 천년도시는 다시 신라 혼 ‘왕릉’, 천년후예 ‘화랑’, 인내천 ‘동학’, 경주다움 ‘경주학’으로 세분화하여 진행한다. 황금도시는 경주길 ‘실크로드’, 천년소리 ‘향가’, 황금정원 ‘신라달밤’으로 전략을 세웠으며, 정원도시는 불교성지 ‘남산’, 상생물결 ‘형산강’, 해파랑 ‘경주바다’를 부각시킨다. 이미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들어 왔거나 경험해 온 것으로 ‘새삼스럽게 다시?’라고 반응할지 모르겠으나 경주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이자 잘 할 수 있는 분야임은 우리 스스로 너무나 잘 안다. 다른 도시에서는 자연 경관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설화나 소설 같은 픽션(fiction)을 도시 브랜드화 하는 현실을 보면 상대적으로 경주는 행복한 고민이라 할 수 있다.
경주의 과거 역사와 현재, 그리고 신라 정신과 정체성, 산천과 바다라는 시공간을 아우른 이 원대한 계획은 미래 경주를 담보하고 국내외 글로벌시장에 팔기 위한 상품대를 만드는 일이다. 세부계획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13개 관련 부서가 제각기 역할을 분담하여 범 부서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잘 만들고 다듬어 포장하는 일은 비단 공무원의 역할만 아니다. 경주시민과 공무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만들어 나갈 때 명품 브랜드 경주는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은 이미 착착 진행되고 있어서 다양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금이와 관이로 불리는 경주시 캐릭터의 이모티콘은 리뉴얼을 통해 역동적 모습으로 호응을 얻고 있고 통합 브랜드화 한 농축수산물도 각광을 받고 있다.
경주시민이거나 타 도시 사람이든지 ‘경주’하면 떠오르는 것이 ‘경주시 뉴 브랜드’의 3가지 분야일 것이다. 천년·황금·정원도시 조성. 제대로 멋있게 한번 만들어 보자. 누구나 탐내도록 한번 가꾸어 보자. 그리고 신문과 방송은 물론 SNS를 통한 전방위 홍보에 매진하자. 명품 브랜드 ‘경주’는 품질도 으뜸이어야지만 알리는 것도 으뜸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