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불전의 동편에 있는 관음전에는 입상(立像)의 십일면천수천안관음상을 모시고 있다. 합장을 하고 있는 손 위쪽으로는 양손에 연꽃 송이를 들고 있고 아래쪽으로는 두 손을 배 위로 모아 합(盒)을 들고 있다. 실제 천 개는 아니지만 수많은 손이 광배처럼 관음상을 애워싸고 있다. 손바닥에는 눈동자가 그려져 있고, 바깥쪽의 비교적 크게 표현된 손으로는 사발, 검, 거울, 달, 석장, 주수, 화살, 백련화, 해골, 화불, 홍련화, 일고저, 밧줄, 구슬, 수레바퀴, 버드나무 가지, 태양 등의 지물을 들고 있다. 이와 같이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千手千眼]으로 중생들을 구제하시는 대자비심(大慈悲心)의 천수천안관음이다. ‘천(千)’은 무량 · 원만의 뜻으로, ‘천수’는 자비가 광대무변하다는 것이며, ‘천안’은 지혜의 원만자재함을 나타낸다. 즉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은 끝없는 자비와 걸림없는 지혜로써 중생들을 구제하신다. 일체중생의 괴로움과 고통을 천 개의 눈으로 살피고, 천 개의 손으로 거둔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체중생을 많은 눈으로 관찰하고 커다란 자비를 베풀어주시겠다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 관음상은 손이 무수히 많지만 일반적으로는 손이 42개로 표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가운데 가장 큰 손은 합장을 하고, 나머지 손은 양쪽으로 각각 20개가 있다. 40개의 손바닥마다 눈이 있다는데 이 40개의 손과 눈으로 각각 이십오유(二十五有)의 중생들을 제도한다고 한다. 그래서 천수천안이라고 하는 것이다(40×25=1000). 이십오유(二十五有)는 중생이 나고 죽는 고통의 세계를 말한다. 이러한 천수(千手)의 기원은 바라문교의 리그베다 신화에 나오는 천 개의 눈을 가진 인드라(Indra)신에서 유래한다. 흔히 우리는 일이 너무 많아 아주 바쁠 때 ‘손이 모자란다’고 한다. 손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쁠 때는 열 개가 아니라 천 개, 만 개가 더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관음보살이 일체중생을 두루 보살피시고,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천수천안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와같이 천수관음보살은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으로 인간 세상뿐만 아니라 지옥에 빠진 중생까지 구제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보살이다. 그런데 이곳 기림사의 천수관음 머리 부분에는 가운데 아미타여래의 화불 좌우와 그 위쪽로 얼굴 10개가 표현되어 있다. 관음보살 본래 얼굴을 포함하면 얼굴이 모두 11개이다. 그래서 이런 관음상을 십일면 관음상이라고 한다. 십일면에 천수천안을 갖추고 있으니 이 상은 십일면천수관음이다. 관음도량으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에서도 이와 같은 관음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십일면천수천안관음의 십일면의 얼굴 모습은 석굴암 등에서 볼 수 있는 십일면관음상과는 다르다. 『십일면신주심경』에 의하면 본래 11면 관음보살 앞의 3면은 자상(慈相), 왼쪽의 3면은 진상(瞋相), 오른쪽의 3면은 백아상출상(白牙上出相), 뒤의 1면은 폭대소상(暴大笑相), 정상(頂上)의 1면은 불면상(佛面相)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기림사 관음전의 십일면천수전안관음보살의 얼굴은 모두가 동일한 불면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양양 낙산사 보타전의 십일면천수천안관음보살상도 십일면이 모두 불면상이다. ​사찰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관음보살상은 천수천안관음, 십일면관음 이외에도 백의관음, 양류관음, 성관음. 33관음, 마두관음, 준제관음, 여의륜관음 등 다양한 관음이 있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각 중생의 수준에 맞는 모습으로 변해서 제도[보문시현(普門示現)]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관음보살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경전에 의하면 관음보살이 머무는 정토(淨土)는 인도 남쪽에 있는 보타락가산(普陀洛伽山, Potalaka)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관음보살의 정토가 절강성의 주산도(舟山島)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낙산사 성굴(聖窟), 남해의 보리암, 강화도 보문사를 관음 3대 성지라고 한다. 이곳 기림사 관음전은 조성된 지가 오래되지 않았으나 독특한 관음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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