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쉰들러 리스트(1993)는 2차대전 초기 나찌가 폴란드 유대인들에 가한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살벌하고 끔찍한 죽음의 늪에서 자기 이속에만 눈이 어두운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리암 리슨 분)가 보여준 심리적 변화는 무려 1200여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하게 된다. 자신조차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증오의 대상으로 세뇌된 대상인 유대인들을 구한 것은 인종을 떠나 어떤 삶이건 함부로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소중한 교훈을 준다. 영화를 보면 쉰들러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장면이 극명하게 묘사된다. 사람들이 무참히 사살되는 끔찍한 살육의 현장에서 나찌들에 둘러싸여 걸어가는 어느 소녀의 종종걸음이 바로 그 장면이다. 흑백영화로 만들어진 영화에서 유일하게 컬러를 사용한 붉은색 소녀의 외투는 비단 쉰들러뿐 아니라 인류를 향해 누구도 다른 인종에게 폭력을 자행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가 상영된 시기는 제가 법대 다니던 시기였을 겁니다. 당시 교수님과 이 영화를 보며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강단에 서면 이 영화로 중간고사나 기말시험에 리포트를 받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지요” 대구에서 전국자영업소상공인비대위 위원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는 차정원 위원장의 인생영화는 단연 쉰들러 리스트다. 어쩌면 그 자신 지금 하는 일의 근원적 시발점이었을지도 모를 영화라고 소개한다. “그렇지 않습니까? 쉰들러는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유대인들을 구했는데 하물며 우리 이웃이고 대한민국 국민들이잖습니까? 이들이 전방위에서 무너지고 있는데 이걸 정부고 지자체고 다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전국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중 700만 가까운 사업자가 빈사상태에 빠졌고 그것은 사업뿐 아니라 가정파탄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고향인 대구는 코로나19의 진원지처럼 인식되면서 초기부터 그 피해가 두드러지게 컸던 곳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위험합니다. 떡볶이집, 카페, 뒷골목에서 음식점 하던 분들이 문을 많이 닫았어요. 아니, 은행 2억 대출해서 이자 갚는 게 한 달에 70-80만 원, 이거 못 갚은 지 오래 됐는데 600만원 지원하고 생색내니 지금 장난치냐고...! 대구 모공단 사장님들 중에 감당 안 돼 자살한 사람도 꽤 있어요” 하필 기존 소상공인 활동을 주도하던 사람들은 대거 정치권으로 휩쓸려 떠나버리면서 그나마 이들을 대변할 기구들도 무너져버렸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이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힘을 모아 대책을 찾고자 만든 것이 ‘전국자영업소상공인비대위’다. “의무감에서 시작했지만 구체화하기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변화를 끌어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요. 공직자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기본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이건 더 동떨어진 일이고요. 심지어 새로 출범한 정부는 기존의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오히려 삭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차정원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비대위그룹을 만들어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한편 국내사업보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업체들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조언하며 이를 체계화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차정원 위원장은 최근 어떤 인연으로 ‘스타지오네 갤러리’ 관장을 맡아 문화사업에도 열중이다. 그 일환으로 ‘김광석 거리’를 활성화해보겠다는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역시 그 지역 자영업자들의 활로를 열어주고 싶어서다.   차정원 위원장은 유독 경주를 사랑해 경주고도보존회 원년 멤버로 참여해 활동하면서 경주에도 많은 지인과 교류 중이다. 쉰들러 리스트을 인생영화로 삼으며 사람에 대한 편견을 거의 버렸다고 자부하는 그가 전국자영업소상공인비대위에서 펼칠 우리 시대 쉰들러 리스트에 어떤 노력이 쌓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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