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가 연구가 김영회 선생(동국대 향가연구실 실장)이 일본 만엽집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진 나카니시스스무(中西進) 교수와 조우해 향가와 만엽집에 관련한 연관성에 대해 토론했다.
향년 92세의 나카니시스스무 교수는 2019년 5월부터 사용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만엽집에서 뽑아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일본의 고대 지배층이 한반도에서 온 도래인(到來人)이 만엽집에 실린 일본 시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주장한 대표적 친한파 학자다. 나카니시스스무 교수는 지난 8일 창원시 ‘김달진문학관’에서 열린 김달진 문학제에 참석해 제13회 창원KC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튿날인 9일 오전에는 ‘만엽집과 백제계 도래인’이란 주제로 특강했다.
김영회 선생은 지난 4월부터 본지에 만엽집과 관련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특히 백제계 유민들이 어떻게 일본에 안착해 지배층을 이뤘는지를 칼럼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김영회 선생은 만엽집의 해석을 기존 일본학자들의 연구방법에서 벗어나 자신이 향가해석법에서 발견한 법칙에 의해 세밀히 해석해 왔으며 이를 통해 지금까지 일본에서 해석한 만엽집의 뜻을 전면 재조정하는 성과를 이루고 있다.
한편 나카니시스스무 교수와 김영회 선생의 만남은 일본 만엽집이 도래인의 영향을 받았다는 공통적 사실에 근접하고 있어 그 자체로 매우 뜻깊은 사건으로 보여진다. 이번 만남에서 김영회 선생은 나카니시스스무 교수에게 ‘그간 새로운 향가 해석법으로 만엽집 1000여편을 해석했다’고 주장하고 그 중 9번가와 15번가를 풀이한 자료를 제시하고 견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9번가는 여류 가인인 액전왕의 시가로 일본의 해석은 서정시로 본 것과 달리 김영회 선생은 백제로의 파병을 두고 갈등을 겪는 일본 지도부의 갈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15번가 역시 일본은 바다의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해석했으나 김영회 선생은 일본 파병을 결정한 중대형 황자의 결의로 해석하고 있다.
만약 김영회 선생의 해석에 대해 나카니시스스무 교수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다면 한일간 새로운 문화교류가 기대되는 것은 물론 일본 만엽집 해석에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나카니시스스무 교수가 어떤 답을 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