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통(持統) 천황이 694년 새로운 수도 등원경(藤原京)을 지어 천도하였다. 그녀는 궁에 자신의 아들 초벽(草壁) 황자의 영혼을 불러오기 위해 향가 작품 하나를 만들었다. <50번가>이다.
이 작품은 일본 만엽집 400여년 사상 최고봉에 해당한다. 험준한 봉우리가 일품이다. 장대한 산세가 마치 일본 알프스와 같다. 50번가는 수천 장의 만엽집 중심에 우뚝 서서 자신은 물론 주변의 모든 작품들을 빛내준다.
작품을 해독해 보니 새로운 수도 건설의 목적이 또렷이 나오고 있다. 지통천황이 5년 전에 죽은 아들 초벽황자의 영혼이 땅에 깃들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멋진 수도와 궁을 지어주고자 했던 것이다. 새 수도를 지어놓고 하늘에 있는 아들을 부르는 어머니 천황의 마음이 작품 속에 녹아 들어 있다. 그때 지어 아들에게 준 새로운 수도 등원경(藤原京)은 지금 폐허가 되어 있으나, 작품만은 전해져 사람들에게 그때를 회고하게 한다.
690년대에 이러한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시며, 만엽집 50번가를 감상해 보시기를 권한다. 그리고 혹시 후일 일본 등원경 사적지 관광을 가시면 일본인들에게 이 작품 이야기를 해주시라.
일본인들은 작품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들은 만엽집을 오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전혀 해독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으로 도거한 우리의 향가가 일본의 신수도 건설에 참여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작품을 감상해 보자.
“온 나라 사람들은 생전의 공적을 알리라, 우리 대왕님(초벽황자)에게. / 하늘 높이서 비추는 해이신 황자께서는 거친 땅을 말할 수 없이 빼어나고 훌륭하게 하신다. / 등나무 덩굴이 자라는 벌판에 궁을 지어 황자를 모시리. / 나랏일에 전력을 다해주는 사람들은 새로 지은 궁전이 얼마나 높은지 알리라. / 황자의 영혼은 오래도록 권력을 가져야 하리라. / 황자께서는 집이 하늘과 땅에 있어야 할 것이다. / 궁을 건설하는 인부들은 머뭇거리고 종종걸음하며 일을 하라. / 맑은 바다 나라 관복을 입은 사람들은 밭 위의 산으로 가 나무 베는 일을 돕고 노송나무를 끌어오게 하라. / 여자들은 사람들에게 먹고 마실 것을 주어 화목하게 하라. /수많은 성씨의 사람들은 강에 황자의 생전 공적을 꾸며서 띄워 보내 황자를 모셔 원한을 흩어지게 하고, 황자와 우리가 오래 화합하게 하라. / 사람들이 황자를 잊고 있고, 황자의 공적을 알리지 않고 있다. / 사람들이 띄워 보낸 것들이 물에 떠다니고 있다. / 이 글을 짓는 것은 황자께서 저승으로 거둥해 가실 때 생전의 공적을 알리는 것이 아니다. / 나라의 큰 권세이셨던 황자께서는 길을 좇아 가셨다. / 나라에서 황자의 생전 공적을 꾸며 삼십 명이 생전공적을 기록한 책을 짊어지게 하였다. / 영험한 거북이가 새로이 대를 이어갈 것이다, 여러 샘과 강물에 어리어 있는 달처럼. / 나무 베는 일에도 삼베 입은 사람 백 명으로는 일손이 부족하여 오십 명을 더 불렀다. / 그들은 황자의 궁을 크게 만들어 놓고 배를 타고 떠나갔다. / 그대여 되살아나 오래도록 등원경(藤原京)에 모습을 보이시라. / 황자께오서는 우리의 청을 따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