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역사문화도시다.하지만 시민들은 보존중심의 문화유산 관리정책에 따라 지역에 산재한 유·무형 문화재가 재산권침해는 물론, 도시발전 제약의 원인으로 인식해 불만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주시 문화도시사업단이 나섰다.
경주시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번의 예비문화도시 조성사업 공모에 도전했다. 첫 번째 도전에서 시가 간과했던 부분은 행정 주체와 시민이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 부족이 주원인이었다. 2021년 3월 시는 본격적인 법정문화도시 조성준비를 위해 경주시 문화도시사업단을 구성했고, 이후 사업단에서 공모사업을 준비해왔다.
그리고 지난달 경주시가 예비문화도시에 선정됐다. 법정문화도시 선정을 위한 1차 관문에 통과한 것이다.
문화유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시민이 더 이상 피해를 받지 않고 문화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길 기대하며, 본지는 경주시가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되기까지 뒤에서 묵묵히 노력해 온 김진훈 연구원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진훈 연구원은 경주시문화도시사업단에 합류하기 전 대구 약령시 한방문화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약령시 활성화에 주력했고, 경주문화재단의 전신인 ‘경주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경주 한국의 술과 떡잔치’ ‘선덕여왕 행차 퍼레이드’ 등 경주의 전반적인 문화관광축제를 전담했다. 이후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 영주문화관광재단 사무국장 등을 지내왔다.
고향 경주의 문화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문화도시사업단에 지원하게 됐다는 김진훈 연구원은 유연한 포용력으로 시민과 사업단, 경주시의 가교 역할에도 큰 기여를 해왔다.
“순수 민간인들로 구성된 문화도시사업단은 외부 전문기관 용역이 아닌 자체적으로 지역 여건 분석과 시민들과의 소통으로, 계획 수립을 추진해왔습니다. 지난해 4차 예비문화도시 선정공모에서는 현장실사 및 검토 대상지로 선정돼 최종발표까지 이어졌지만 최종선정단계에서 탈락했죠.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계획서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심의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 있었습니다. 비록 탈락했지만 희망은 봤습니다. 출범한지 3개월만에 이뤄낸 성과로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고 생각했죠”
사업단은 올해 5차 예비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준비하면서 그동안의 문제점을 철저히 보완하고 더 많은 시민 주체들을 만나며 소통해왔다.
지난해에는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전초단계인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5년간 사업비를 지원받게 되는 쾌거를 거뒀다.
“문화도시포럼, 라운드테이블, 향토문화반상회, 시민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 및 발전방안을 도출했으며, 시민기획단, 활동가, 문화도시탐사단 운영 등을 통해 지역문화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사업단은 지역문화 인력양성, 생활문화 확산, 지역문화 생태계조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오며, 제5차 예비문화도시 선정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김 연구원은 경주문화도시 조성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역점을 뒀던 부분에 대해 경주는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노천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도시로서 시민들이 문화유산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라고 했다.
그동안 하향식 사업 방식의 사고와 행동에 길들여져 있었던 김 연구원은 이번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시민들의 인식전환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 꼽았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철저하게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 위주의 상향식 방식의 사업이었기에 그 부분에 대한 시민 인식 전환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사업단 위주가 아닌, 철저하게 시민과 함께 가야하는 사업이자, 시민이 주도해나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시민을 대상으로 문화도시조성사업에 대한 홍보와 안내, 이해시키는 부분이 쉽지 않더군요”
10년 전 만해도 경주에서 자생적으로 활동하는 청년활동가들은 많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경주는 자발적 모임을 결성해 활동하는 청년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고, 김 연구원은 이러한 청년들이 있어 용기가 났다고 했다.
그렇게 경주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시작을 청년들과 함께 준비하게 된 것. 그들과 함께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시민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문화예술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추진해 나간 것이다.
“경주는 전국 기초 지자체 중에서 도시면적이 두 번째로 넓으며, 23개 읍면동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관련 인프라가 밀집한 중심권에 계시는 시민들과 외곽에 계시는 시민들 간의 문화향유에 있어서 괴리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죠. 이번 문화도시 조성사업이 경주시 23개 읍면동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문화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경주시가 최종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이달부터 내년 9월까지 예비사업의 결과로 평가를 받게 된다. 지역에 산재한 유·무형 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지역문화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사업모델을 시범적으로 잘 진행한다면 경주시가 법정문화도시로 가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경주시문화도시사업단은 민관거버넌스를 통한 토론과 그 결과를 계획에 반영, 실행하면서 시민들이 질적으로 유익한 문화적 향유를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시민들의 관심과 능동적 참여가 이뤄졌을 때 지속가능한 경주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기 위해 저 또한 하나의 밀알이 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