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도시, 경주. 건설사들이 개발하기 두려운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경주가 아닐까? 땅을 파면 몇백 년에서 천 년이 넘는 도자기가 나오는 곳이 바로 경주다. 물론 과장을 조금 보탰다. 얼마 전 한창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가 문화재청과의 문제로 건설 중지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용도지역에 따라 토지를 개발하거나 보존할 수 있는데, 개발의 가장 강력한 적은 사람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바로 문화재다. 문화재는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적이다. 그런 문화재가 넘치는 곳이 바로 경주니까, 개발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곳이 경주라는, 아줌마의 논리는 완전 엉터리는 아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경주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로서, 환경에 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동서남북 해안이 모두 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제주도가 30년 동안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발과 환경에 관한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경주에 와서 원자력발전소가 지도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우리 아이들이 지낼 환경에 대한 많은 고민과 질문이 생긴 것은 당연하다. 이런 아줌마의 걱정이 푸념으로만 끝나질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대에서 빌려온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환경은 물려받은 우리 것이 아니라 후대에서 빌려온 남의 것이다!”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함부로 쓰는 것은 범죄다. 깨끗이 사용한 후 돌려줘야 당연한 것인데 함부로 훼손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린가? 아줌마가 어렸을 때 “물을 사서 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우스갯소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당연한 현실이 되었다. 공기를 사먹는 것이 우스갯소리가 될 것인지 당연한 현실이 될 것인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공기를 사서 먹는 현실을 우리가 지금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10대 소녀가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하며 금요일 등교거부를 하고 환경운동을 하더니 UN에서 어서 빨리 조치를 취하라고 연설을 한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아이들도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엄마는, 아줌마는 부끄러웠다. 미안했다. 거기에 동참하지 못해서, 아이들이 기후환경을 걱정하게 만들어서, 기성세대로서 무한한 책임감으로! 좀 더 솔직해지자면 “쪽팔렸다” 내가 이십 대 때 기성세대를 바라보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놓지 못하면서 매일 치고받는 국회위원들과 자극적인 뉴스들. 그러면서 매일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이란 말을 많이 썼다. 그런데 거의 삼십 년이 지나 내가 기성세대가 된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가? 문화의 힘으로 한류가 급부상했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래서 뭐?! 그건 한국전쟁 이후 고난과 배고픔의 시대를 일궈낸 선조들의 힘을 밑바탕으로 이루어낸 것이다. 우리 세대만의 수고로 인해 일궈낸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십 년 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 한심스럽다. 모두가 발전을 이야기하지만 말고 보존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환경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들이, 어른들이, 아줌마들이 나서서 우리 아이들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는 현실을 만들었어야 했다. 개발은 쉽지만, 보존은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한 번 파괴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있음을 한다. 이익과 보존 앞에서 인간은 선택의 갈림길에 여러 번 설 것이다. 더는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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