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야황후는 황위를 이어갈 외아들이 죽자 자신이 직접 즉위하였다. 지통(持統)이라 불리는 천황이 바로 그녀이다. 지통천황은 넋을 잃고 방황하였다. 아들의 묘를 찾아다니고 아들과의 추억이 서려 있던 곳을 찾아다녔다. 또 그녀는 아들이 죽어 해가 되어 하늘에서 세상을 비친다고 믿고 그 해를 보기 위해 멀리 국토의 동쪽 끝까지 행차하였다. 신하들은 그녀의 방황을 말렸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방황을 말리는 신하들의 작품을 보자.만엽집 44번가이다. 吾妹子 乎 去 來/見 乃 山 乎 高 三 香 裳/日 本 能 不 所 見/國遠見 可 聞 “우리의 사리에 어두우신 천황께서 아들에게 갔다오마 하시네. / 황자를 볼 것이라네, 산 높이서 세 여인이. / 해가 떠오르는 곳에서는 응당 황자를 보지 못한다네. / 황자께서는 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나타나신다고 아뢰어야 한다네” 본 작품의 배경이 일본서기에 기록되어 있다. 691년 3월 지통천황이 동쪽 이세(伊勢)라는 곳에 행차하고자 하였다. 떠오르는 아들을 보고자 함이었다. 이때는 농번기였다. 신하들이 ‘농번기를 앞두고 가셔서는 안 된다’고 강력 만류하였다. 그러나 천황은 이에 따르지 않았다. 마땅히 농번기를 피하여야 함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을 보러 출타하여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천황에 대해 신하들은 ‘세상 사리에 어두운 여인(妹)’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이 작품은 내용보다 ‘매(妹)’라는 향가문자가 ‘세상 사리에 어두운 여인(妹=昧)’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향가이기에 향가 해독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매(妹)’라는 한자를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찾아보면 ‘누이, 소녀, 여자, (사리에) 어둡다(=昧)’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연구자들은 사전적 의미도 아닌 ‘아내’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 ‘오매(吾妹)’를 ‘나의 아내’로 풀고 있는 것이다. 일본서기에 이 작품이 창작되는 배경이 기록되어 있다. 신하 삼륜(三輪高市磨)이 ‘농번기를 앞두고 행차해서는 안 된다’고 만류하고 있다. 즉 ‘매(妹)’는 사전에 있는 4가지 의미 중 ‘사리에 어둡다(昧)’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추정되었다. 다른 작품의 ‘매(妹)’에도 이를 적용해본 결과 모두가 ‘사리에 어둡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었다. 그래서 ‘매(妹)’를 ‘사리에 어둡다(=昧)’로 최종 확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누이’나 ‘아내’라는 의미로 풀어놓은 향가의 해독이 오독으로 판명되었다. 신라향가에도 ‘매(妹)’라는 글자가 나오는 향가가 있다. 제망매가(祭亡妹歌)가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죽은 누이를 제사 지내는 향가’로 해독되어 왔다. 이제 ‘세상 사리에 어두운 누이’라는 의미로 풀어보았다. 그랬더니 ‘사람이 죽는 것도 나이 순서에 따라야 하는 데 오빠(월명사)보다 먼저 죽는 것은 세상사리 모르는 것이다’라는 의미를 담은 내용의 작품이었다. 제망매가라는 제목도 ‘세상 사리 어두운 누이를 제사 지내는 향가’로 풀어야 했다. 이처럼 향가 문자의 의미를 잘못 알고 푼 경우가 상당수 있을 것이다. 향가 문자의 의미가 재발견되는 경우가 있다면 다시 되돌아가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만엽집 하지말고 향가에만 집중하라고. 그 말도 맞다. 일본의 만엽집에는 향가의 배경기록과 같은 이론이 없었다. 만엽집에는 일반 이론은 없지만 4516장이나 되는 풍부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향가의 해독은 한반도 향가에서 시작한 다음 만엽향가로 들어가야 했다. 만엽향가에서 사례의 세례를 받은 다음 또다시 한반도 향가로 되돌아와야 한반도 향가가 풀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