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소위 ‘깡통전세’ 경보음이 경주에서도 울리고 있다. 깡통전세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아 세입자가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것을 이른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가율 70%를 넘으면 깡통전세 주의, 80%를 넘으면 위험, 90%를 넘으면 깡통전세 지역으로 분류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 예방을 위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지역별 전세가율, 보증사고 현황 및 경매낙찰 통계 정보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 전세가율은 아파트의 경우 전국 74.7%, 수도권 69.4%, 비수도권 78.4%다. 또 연립·다세대(빌라)는 전국 83.1%, 수도권 83.7%, 비수도권 78.4%로 나타났다.
문제는 경주지역 전세가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형성돼 깡통전세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경주지역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121.5%로 나타나 강통전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최근 1년간(2021년 9월~2022년 8월) 전세가율은 80.5%이었지만 최근 3개월 동안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전국 시·군·구 가운데 부산 연제구(12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아파트 역시 전세가율이 최근 3개월간 80.6%, 최근 1년간은 84.9%로 나타나 깡통전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금리 상승 여파로 부동산 침체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인데 깡통전세가 경주지역에서도 큰 사회문제로 비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서민들에게 전세보증금은 삶의 밑천이자 전 재산이다. 전세 보증금을 잃으면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다. 정부는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과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내놓았다.
또 내년 1월엔 집의 적정 전세가와 매매가, 악성 집주인 명단 등이 담긴 ‘자가진단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기로 하고, 대출 상환 2년 연장 등 금융지원 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세계약 때부터 중개사가 깡통전세의 위험성과 관련 정보를 세입자에게 반드시 설명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전세 사기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엄히 처벌해야 한다. 이를 위한 법규 마련을 서두르는 등 더 촘촘한 세입자 보호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깡통전세 우려가 커진 만큼 경주시도 전국적인 현상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관련 실태조사와 대책을 강구해 시민생활의 기본 중 기본인 주거보호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