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 ‘만엽향가 칼럼’을 연재 중인 동국대 향가만엽집연구소 김영회 실장이 지난 24일 동국대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제22차 학술대회에서 백년 간 압도적 정설로 간주돼왔던 ‘향찰가설’의 오류를 지적하고, 가설의 재고를 관련 학계에 공식 제의하는 ‘화제적’ 논문을 발표했다. ‘향찰 가설의 재고 제의와 향가 창작법의 제시, 그리고 <도솔가>의 신해독’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이번 논문은 학계의 정설로 고착화되어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던 양주동 박사의 향찰식 향가해석법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김영회 실장이 연구하고 주장해온 새로운 향가 해석 및 제작법이 함께 주장돼 향후 향가해석과 제작에 새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향가해석은 일본 언어학자인 경성제국대 오쿠라 신페이(小倉進平) 교수가 1929년 처음 제시한 것으로 오쿠라 신페이 교수는 향가 속 한자를 신라시대 한국말 소리를 표기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를 다시 해석한 양주동 박사는 오쿠라 신페이의 연구를 기초로 향가를 전체적으로는 표음문자, 즉 ‘소리’로 풀고 나머지는 보조적으로 한자의 ‘의미’로 해독했고 이로써 향가를 ‘향찰’로 고착화하는 계기가 됐다.
김영회 실장은 이에 대해 “향가 문자는 향찰 가설이 주장한 것과 달리 표음문자가 아니라 표의문자와 ‘이중문자’로 적혔다”고 반박하며 “그 뜻을 우리말 어순으로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김영회 실장은 이번 논문 발표에서 “우리 향가를 일본의 만엽집에 가두어 놓은 질곡의 프레임을 깨고 `향가의 광복`을 이루자는 취지를 배경으로 깔고 있는 논문이다”고 소개한 후 “1918년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해독도구인 ‘만요가나법’으로 <처용가>를 첫 해독한 이래 100여년 만에 우리의 프레임으로 향가를 해독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영회 실장은 “향찰은 문자의 성격규정에 오류를 범했고, 문장의 삼중 구조를 몰랐다”고 주장하며 “역순의 논리’인 ‘향찰 가설’에 대한 검증을 학계에 제의한다”고 주장하며 “향가문자의 성격을 새로 발견하고 그것을 현전 향가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향가 창작법을 추적해낼 수 있었다. 향가 창작법은 ‘만엽집에 갇힌 향가’라는 백년간의 질곡을 깨뜨린 프레임 브레이커(frame-breaker)다며 의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