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의 피해가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어 올라온 제15호 태풍 ‘난마돌’이 지난 19일 지역에 큰 피해 없이 빠져나갔지만, 앞서 6일 경주를 엄습한 힌남노로 입은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18일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공공시설 피해금액 입력을 마무리했다. 사유시설 피해액 입력은 오는 23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로 공공시설 피해는 모두 796건, 피해금액은 1147억원으로 집계됐다. 본격적인 집계를 시작한 지난 8일 298억원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복구비용으로는 모두 2874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번 태풍으로 1명이 숨지고 주택 11동이 전파됐으며, 9동 반파, 798동은 침수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150가구 388명의 이재민과 일시 대피자가 발생했고, 39가구 67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소하천이 범람하거나 유실돼 큰 피해가 발생했고, 노후된 저수지는 위험 경고를 보냈다. 소하천과 저수지 등의 항구적 복구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신호다.
지난 15일 주낙영 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30년 기준(강우량 95㎜)으로 설정된 소하천의 방재성능목표를 50~80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하천의 통수단면 확보를 위해 현재 환경부가 갖고 있는 하천 준설 권한을 광역지자체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노후 저수지에 대한 전반적인 보완도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경주지역 380여개 저수지 중 90% 이상이 40년 이상된 노후 저수지인데다, 안전등급 D등급 이상의 위험 저수지도 14%에 달하기 때문이다.
경주에서는 과거부터 강한 태풍의 영향으로 지역 곳곳의 소하천이 범람했고, 지난 2013년 안강 산대저수지, 2014년 북군저수지 붕괴 등으로 많은 피해를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전형적인 현상으로 태풍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도로 발생하고 있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번 태풍을 기점으로 자연재해 취약지구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영구적인 보완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국민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