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무천황이 사망한지 한 달 무렵 대진(大津)황자가 모반하였다. 노야황후는 모반사건이 제보되자 조사도 없이 다음 날로 교수형에 처했다. 대진황자의 아내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맨발로 뛰어나가 황자와 같이 죽었다. 모두가 흐느껴 울었다. 모반을 일으킨 황자는 노야황후의 친아들이 아니었다. 대진황자가 처형된 후 그의 죽음을 애닯아 하는 눈물가 6편이 그의 누이 대래(大來)황녀에 의해 만들어진다.<만엽집 105번가> 吾勢祜 乎/倭邊遣 登佐/夜深 而 鷄鳴/露 尓 吾 立所 霑 之 “내 권세와 복록의 근본이여. / 나라의 변두리로 보내졌구나. / 밤이 깊어 닭이 우는데 / 이슬을 맞으며 나는 서서 젖고 있지” 황자는 깊은 밤 목이 졸려 죽은 것으로 보인다. ‘야심이계명(夜深而鷄鳴)’이라는 구절은 황자가 깊은 밤에 닭 잡는 것같이 목 졸려 죽었다는 것을 은유하고 있다.<만엽집 106번가> 二人行 杼/去 過 難寸 秋山 乎 如/何君 之 獨越 武 “둘이 갔어야지. / 나도 가기에 어렵지 않은 가을 산이 아닌가. / 어찌 그대는 홀로 넘어갔는가”<만엽집 163번가> 神風 乃 伊勢 能 國 尓母 有益乎奈/何 可来計武/君 毛不有尓 “신풍 같은 너의 군세는 응당 나라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 어찌하여 그대가 모반을 계획했겠는가. / 그대는 가고 없네”<만엽집 164번가> 欲見 吾 爲/君 毛 不有 尒 奈/何 可來 計 武/馬疲 尒 “원한다, 너의 마음을 드러내 보이기를, 나에게. / 그대는 가고 없나니. / 어찌 모반의 계획을 세웠겠는가. / 말도 지치는 머나먼 저승길 그대 떠나갔구나” 황녀는 동생의 모반을 믿지 않고 있다. 동생에게 모반을 꾀하지 않았음을 드러내 보이라고 탄식하고 있다.<만엽집165번가> 宇 都曽 見 乃/人 尓有 吾 哉 従/明日 者 二上山 乎/弟 世登 吾 将 見 “동생의 무덤이 있는 곳이 멀리 들판에서 보인다. / 사람이 있어 나를 따른다. / 아침 해가 떠오를 때 이상산에 올랐다. / 동생이 나에게 나타난다”<만엽집 166번가> 礒 之於尓 生 流 馬 酔 木 乎/手折目 杼/令視 倍 吉/君 之 在常 不言 尓 “바위에서 물이 나와 흐르니 말이 가던 걸음 멈추고 마셔댄다. / 따르는 사람이 손으로 나무를 꺾고 눈을 두리번거리며 동생의 무덤을 찾는다. / 보라고 안내한다. / 그대는 평소처럼 말이 없다” 말이 물 마시는 소리가 무덤가의 정적과 비교되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무덤의 황자는 평소처럼 과묵하다. 대래황녀의 작품은 만엽집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절창이다. 한 글자 한 글자가 푸른 바다에 남겨진 진주와도 같다. 대래황녀를 만엽향가 최고의 가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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