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오랜 기간 동안 개와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개에 대한 구전 설화가 지역 곳곳이 무대가 되어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우리 조상들에게 개는 가장 정감이 갔던 동물이며, 슬픔과 기쁨을 항상 함께했던 대상이며, 잔잔한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소재였다. 그런 평범함이 이야기로 21세기인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설화가 되었다.
경주개 동경이는 우리나라 토종개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토종개이다. 오래된 역사만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많다. 경주개 동경이에 대한 구전 설화는 강남대학교 홍순석 교수의 저서인 『한국인과 개』(민속원, 78쪽, 2017)에 수록된 동경견의 설화(삼탄집 권4, 해동잡록 3)와 경주대학교 최재영 교수가 서술한 『경주의 신화전설집성』(慶州의 神話傳說集成, 264쪽, 2008)에 증보문헌비고(권제12, 수이 獸異조)에 수록된 충견 의구총 동경이 이야기 등을 전하고 있다.
조선 성종시대 문신인 삼탄(三灘) 이승소(李承召: 1422~1484)의 삼탄집 권4에 수록된 경주개 동경이의 설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연풍(延豐) 길가 언덕 끊어진 곳 산록(山麓)에 쌍분(雙墳)이 있어 마치 높이 솟은 돈대[路堠] 같았다. 그곳 사람들이 전하는 말에, “동경(東京 경주)의 한 아전이 그 집의 개와 함께 책상자[笈]를 지고 도보로 서울에 과거보러 가다가 도중에서 병이 들어 이곳에 와서 죽으니, 그 개가 집에 돌아가 나들며 비명을 지르는 것이 마치 애절함을 호소하는 형상이었다. 그 아들이 개가 혼자 돌아온 것이 의심스럽고 이상하여 곧 개를 따라 나섰다. 개가 빨리 달려 길을 인도하여 그 아버지가 죽은 곳에 도착하자 숨이 막혀 죽어버렸다. 그 아들이 자기 힘으로 귀장(歸葬)하지 못하고 아버지 시체를 기슭 위에 가매장하고 개도 그 옆에 묻었다”한다.이삼탄(李三灘)이 이곳을 지나며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뉘라서 길에서 죽어 언덕에 버려진 것을 가련히 여기랴誰憐道死委山阿개만이 돌아가 주인 집에 알렸네犬獨還歸報主家그 아들과 같이 달려와서는 숨막혀 죽으니與子偕來仍暍死언덕 위에 쌍총은 대대로 전하여 자랑하네 隴頭雙塚世傳誇犬:東京狗. 李裕元 『林下筆記』, 「文獻指掌編」「東京狗」『경주의 신화전설집성』(문경현, 최재영, 264-265p)에 기록된 충견 동경견이 설화는 다음과 같다. “동경견(東京견)은 꼬리가 없는 개요. 됭경견, 됭견, 댕견이라고 불리어온 경주 특산의 토종개다. 이 개는 충직하고 용맹 영리함으로 유명하다”
동경의 의구총(塚)이야기는 경주(동경)에서 전국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충청북도 연풍면(지금의 괴산군 영풍면 연(원)풍리) 길가 산기슭에 두 무덤이 있었다. 지방 사람들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동경(경주)에 사는 아전 집에 기르던 동경견을 데리고 개나리(괴나리) 봇짐을 싸서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가다 문경 새재를 넘어 이곳에 이르러 병이 나서 죽고 말았다. 따라온 개는 주인을 일으키려고 가진 애를 쓰다가 효과가 없고 죽은 것을 알자 주인을 지키다 두고선 새재를 넘어 동경 집으로 향하여 달려갔다.
개가 집에 당도하자 짖고 울부짖으며 가자는 시늉을 하여 그 아들이 이상하게 여겨 따라나서 갔더니 이곳에 이르러 주인의 죽은 시체를 가리키며 짖다 울다가 기진맥진하여 주인 옆에 쓰러져 죽었다. 아들이 아비의 시신을 찾았으나 고향 동경으로 옮길 수 없어 그 자리에 장사지내 무덤을 만들고 그 옆에 충견 의구(義狗) 무덤을 만들어 안장했다. 그래서 두 무덤 쌍분이 있게 되었고 이 동경견의 충견 의구총은 세상에 유명하게 되었다.”『증보문헌비고』권제12, 수이(異)조의 이야기이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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