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가이드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경주 시내에는 고층 건물이 없다. 그래서 경주만의 아름다움이 있다. 너희들이 크면 지금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이다” 당시에는 제주시와 다르지 않은 경주시의 모습에 가이드가 무슨 자랑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알 것 같다. … 지난번에 이어서 재테크를 좀 더 이야기해 볼까요? 재테크의 기본은 절약과 저축, 그리고 똑똑한 소비죠. 똑똑한 소비 중에서 많이들 놓치는 부분이 바로 교육입니다. 사교육 현장의 중심에 섰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공교육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어른들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교육은 산업혁명을 통해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일꾼들을 위한 교육 형태입니다. 어떤 현장에 가서라도 통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치는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시대적 격변을 겪은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성적지향의 교육을 여전히 요구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봅시다. 공부 잘한다고, 좋은 대학 들어간다고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시대인가요? 더이상 교육은 신분 상승의 수단도 성공의 발판도 될 수 없습니다. 이제는 가난했던 부모 세대가 자식에게 기대했던 것을 성적으로 학벌로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평생직장도 사라졌고 직업도 변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로봇과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합니다. 십 년 뒤에 사라질 직업을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순히 수학을 잘하고 외국어를 잘하는 것으로,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제3의 물결, 부의 미래의 저자이자 미래학자인 엘빈토플러는 “대학교가 사라지고 모든 교육은 인터넷에 무료로 서비스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미래로 갈 필요도 없이 지금도 인터넷 속 넘치는 정보들 중에서 내게 필요한 것을 찾을 줄 알고, 잘못된 정보를 거를 줄 아는 능력만 있으면 됩니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스마트 기기로 중무장한 아이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스마트 기기인지는 의문입니다. 미국의 유능한 IT 기업가들은 자기 아이들에게 최대한 늦게 스마트기기를 건네주며, 어린 시절 영상 노출을 최대한 미룹니다. 또한 자신의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직접 만든 이도 있습니다. 그 학교는 마치 19세기로 돌아간 것처럼 스마트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학교입니다. 로봇과 AI와 공존하며 경쟁해야 하는 아이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은 공감과 융합입니다. 다른 이의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은 인간만의 능력입니다. 결코 데이터로 입력할 수 없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바라보지 않고 서로의 눈을 보고 감정을 이해하며 관계를 발전해나가는, 괴짜 천재가 아니라 공감하는 인류가 미래를 이끌어가는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분야를 융합하여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능력 또한 인간의 엉뚱함, 창의성이라 부르는 영역입니다. 이런 엉뚱함, 창의성은 어디서 올까요? ‘궁하면 통한다’ 우리 아이들은 로봇이나 유행하는 인형, 장난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용돈을 받기 시작한 나이부터 카드나 딱지를 하나둘 산 정도입니다. 유일하게 갖고 놀았던 블록이 로봇이 되었고 인형이 되었고 총이 되었고 집이 되었으며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로봇과 인형과 총, 집이 있었다면 블록으로 그런 것을 만들었을까요? 블록으로 새로운 설계를 하려고 했을까요? 너무나 풍요로운 시대, 우리 아이들을 조금은 부족하게, 결핍하게 키워야 하는 부모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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