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놀라운 실물경제학 책이 나왔다. 그것도 갓 22세, 대학 3년생의 남혁진<인물사진> 씨, 젊디젊은 대학생의 손에서 써진 책이다. 그런데 학생이 썼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심지어 이 책은 원래 써놓은 원고를 대폭 솎아내고 줄여서 만든 책이라고 하니 마냥 놀라울 뿐이다.
‘40일간의 산업일주(어바웃어북)’는 투자자들을 위한 책이다. 그냥 투자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고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무언가를 알고 투자하게 만드는 책이다.
“주식투자 붐이 일자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보고 시장을 떠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지겨봤습니다. 자신이 오랫동안 공부해온 산업분석 노하우를 좋은 종목을 발굴하려는 투자자 및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취업준비생 등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남혁진 씨의 설명이 아니라도 이 책을 펴든 순간 쏟아지는 산업의 본질과 시대와 정책에 따른 시장의 이해, 앞으로의 전망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무턱대고 투자한 사람들과 전문가의 말들만 믿고 따라하기 급급하던 투자자들이 반드시 보아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나온 것처럼 40개 분야의 산업을 세밀히 분석하고 조명한 다음 어떤 것을 중요하게 고려해 투자할 것인가를 냉정하게 조언하고 있다. 40개 분야라고 말했지만 크게 1.전자산업, 2.금융산업, 3.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 4.전설·중공업·자동차 산업, 5.에너지 산업, 6.유통·소매(생활)산업, 7.운송산업 등으로 나누고 가장 관심 끌 만한 40개의 업종을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젊은 패기로 쓴 책답게 재미있는 분야를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다루었다. 제목만 봐도 이 책을 관심 있게 읽을 만한 흥미가 부쩍 커진다. 통신사가 ‘탈통신’을 외치는 까닭, 카카오의 PER 266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삼성전자의 질주는 계속될 것인가?, 거침없이 돌진하는 중국발 회색 코뿔소, 커피 한 잔으로 건물주 되는 법, 코로나19 전염병보다 무서운 OTT, 2차 전지는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논의들은 현재 투자시장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포인트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산업에 대한 분석들도 눈길을 끈다. 정치적 격변기에서 흥망성쇠를 알 수 없는 산업에 대해 기본적인 안목을 키워준다. ‘탈탄소 트렌드에 깊어지는 시름’은 석유화학업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원전이라는 거대한 딜레마를 품고 있는 업계’는 지금 현재 원전 관련 산업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 눈앞의 이해득실보다 근원적인 투자가치를 분석하라고 일깨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발칙한 즐거움’이 흠씬 느껴진다. 기존 투자상담사들, 기존 투자자문서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발랄하고 도발적인 분야들이 신선하게 달려온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번 음원수익이 3600만원?, ‘오징어 게임’이 방송업계에 쏘아 올린 작은 공, 쿠팡이 출범 10년 만에 뉴욕증시에 상장할 수 있었던 비결, 스타벅스 VS 이디야, 수익성이 더 높은 곳은 어디일까? 인터넷 쇼핑몰이 원가에 팔아도 남기는 비결 같은 콘텐츠는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새로운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포인트를 알려준다.
이런 다이내믹한 콘텐츠를 포함한 40개의 분야를 한편씩 꼼꼼히 읽다 보면 저자의 말대로 40일이 훌쩍 지나갈지 모른다. 다소 어려운 경제용어들을 꼼꼼히 설명하느라 조금은 지나친 노력을 기울인 면이 있지만 하나씩 새겨서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전문가급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제목대로 이 책은 하루 한 편씩 40일을 정해 놓고 꼭꼭 씹으면서 읽을 책이다.
남혁진 씨는 서울대 경제학과 3학년 대학생이다. 고교시절부터 실물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일찌감치 이 분야 공부를 시작했으며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백 건의 산업리포트와 업종별 대표기업의 공시, IR자료들을 파고 들었고 업계 종사자와 섹터별 애널리스트를 수차례씩 인터뷰하는 등 놀라운 사전 작업을 시도했다. 이 책의 성과에서도 보듯 남혁진 씨는 이미 다양한 증권·경제계의 루트와 손잡고 보다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이 책이 단순히 남혁진이라는 젊은 경제학자 자신의 인생서적이 아니라 투자를 꿈꾸는 이들의 지침서로 자리매김할 좋은 지침서라 확신한다. 그 이전에 이 무서운 젊은 경제학자의 내일이 더 기대된다. 남혁진 씨의 책을 읽으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환하게 빛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