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을 일으켜 조카 홍문(弘文) 천황을 살해하고 집권한 천무(天武) 천황이 앓아 누웠다. 천무천황은 병석에서 ‘천하의 모든 일을 황후(훗날의 지통천황)와 자신의 아들인 초벽(草壁)황자에게 보고하여 일을 처리토록 하라’고 명령하였다. 이 명에 따라 황후와 초벽(草壁)황자모자가 공동으로 권력을 쥐었다. 황후는 천지천황의 딸로 태어났다. 천무천황은 천지천황의 동생이니 그녀는 숙부와 결혼한 것이다. 황후는 남편과 함께 난에 직접 가담할 정도로 맹렬한 성정을 가진 여인이었다. 비록 어머니가 다른 동생이지만 친정 남동생을 죽이고 권력을 잡은 것이다. 난에 이겨 천무천황이 즉위하자 그녀는 남편 못지않은 권력을 행사하였다. 특히 그녀는 형률을 혹독하게 집행하기로 이름을 떨쳤다. 그랬기에 만엽집에서는 그녀를 ‘추(秋)’라는 글자로 표기하고 있었다. ‘추(秋)’는 ‘추관(秋官)’이란 단어의 약자이다. 중국 주나라에서 형률을 담당하는 기관이었다. 지금의 검찰에 해당하는 조직이었다. 남편의 지시로 권력을 쥐게 되자 그녀는 온 천지에 경고를 날리며 권력의 정점에 등장하고 있다. 그녀는 등장하면서 향가를 만들고 있다. 만엽집 <28번가>는 병든 천무천황으로 부터 권력을 위임받고서 황후가 직접 만든 작품이다.<28번가>春過 而 夏 來良 之白妙能衣乾 有/天 之 香 來 山“봄이 지나니 여름이 왔어라흰 옷 입은 백성들과 훌륭한 관복을 입은 신하들은 응당 옷을 깨끗이 빨아 말리라.천향구산에” 찬바람이 부는 작품이다. 권력을 손에 쥔 황후가 `천무천황이 다스리던 봄같이 좋은 시절은 가고, 이제 자신이 다스리는 여름같이 혹독한 계절이 왔으니 백성들과 신하들은 정신 바짝 차리라`고 겁을 주고, 기강을 잡는 내용이다. 혹독하게 형률을 집행하겠다는 예고에 다름 아니다. 짜르르하다. 일본의 잡지를 보면 그녀는 형률을 혹독하게 집행하여 벽을 피로 바른 천황(지통)이라고 쓰고 있다. 역사에 악명을 남겼다. 그녀의 정치는 혹독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일본의 향가 발전에 크게 기여한 천황(지통)이 된다. 만엽집 1권에 수록된 84편의 작품 중 63% 정도가 그녀와 관련되어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녀를 만엽집의 어머니라고 한다. 만엽집의 중심에 황후가 서 있다. 만엽집 <28번가>를 일본인들은 다음과 같이 해독하고 있다.‘봄이 지나고 여름이 온 것 같네.(시로타헤노) 너를 말리고 있네.하늘 향구산이여’지금까지의 해독과 같이 이 작품 역시 무엇을 말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특히 일본인들은 원문 속의 ‘백묘능(白妙能)’이라는 세 글자를 ‘시로타헤노’라는 일본어 발음으로만 처리하고 있다. 그들은 이 세 글자를 뜻이 없는 문자로 보고 있다. 만엽집 연구자들은 이러한 글자를 ‘마쿠라고토바(枕詞)’라고 한다. 본 작품을 해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황후의 후원에 의해 일본의 만엽집은 절정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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