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부터 8월 18일까지 방영된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평균 17.5%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이 드라마가 인기 끈 이유는 자폐증(자폐스펙트럼장애)을 가진 우영우 변호사의 특별한 시선과 활동을 통해 불합리한 세상이 정의롭고 따듯하게 바뀌는 것에 시청자들이 열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함께 사회 일각에서는 자폐증 등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뒷받침과 제도적 지원에 대한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가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로만 끝나지 않고 사회적 변화에 이르는 예를 자주 보아왔듯 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그런 변화를 이끄는 계기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쉽게도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가 현실에서 존재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자폐증은 경우에 따라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지극히 예외로 자폐증 환자들은 일상적인 생활과 대화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폐증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레인맨(Rain Man, 1988)’에도 수를 암기하는 천재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그 역시 일상생활이 어려워 동생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묘사된다.
결국 우영우 변호사는 드라마에서는 존재할지 몰라도 일상에서는 거의 존재하기 힘든 허구의 인물인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는 자칫 자폐증 장애인들에 대해 허황되고 그릇된 환상만 남긴 채 실제 도움이 필요한 자폐증 환자들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비단 자폐증뿐 아니라 정신장애는 일반이 아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정신장애는 발달장애와 지적장애로 나뉘는데 자폐증은 발달장애의 한 유형일 뿐이다. 발달장애는 자폐증을 포함해 뇌성마비, 말초신경 및 신경근 질환, 정신지체, 근육질환 등이 있고 지적장애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지능이 낮아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장애의 형태다. 이 밖에도 노인성 치매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도 환자 자신과 가족, 사회를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런 정신장애와 뇌질환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이들 장애가 겉으로 쉬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지원에서 늘 후순위로 밀려난다.
신체장애는 눈에 보이는 장애이기도 하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이므로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이익단체를 만들어 활동할 수도 있고 권익을 주장하는 데모도 벌일 수 있지만 정신장애자들은 스스로 무엇을 찾아서 챙길 수 없기 때문에 교육, 취업. 치료 및 생활 전반에서 관심과 지원이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어렵게 부모와 가족의 도움으로 살아가기 일쑤지만 언제까지 부모와 가족이 그들의 불편과 어려움을 감수할 수도 없다. 실제로 각 지자체들이 장애인복지관을 개설하고 장애인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나 교육은 태부족이다.
우영우 변호사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있다. 중요한 순간에 우영우 변호사의 뇌리에 떠오르는 고래의 모습이다. 향고래, 흰수염고래, 범고래, 돌고래. 일각고래.... 이 고래들이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우영우 변호사는 어려운 숙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찾게 되고 거뜬히 승소한다. 그러나 일상의 자폐 장애인들과 여러 정신장애인들에게는 이런 고래가 나타나지 않고 사방이 이해되지 않은 벽들과 불편함의 바다일 뿐이다.
좋은 나라와 성숙한 사회란 그런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세상을 유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지원해 그들의 일상이 여느 일반인들과 다름없도록 이끌어 주는 곳이다.
바로 그런 제도적 뒷받침이야말로 우영우 변호사에게 떠오른 고래를 대신하는 진정한 디딤돌이다. 비록 본방은 끝났지만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인 만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OTT 서비스나 케이블 방송 등 훨씬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방영될 것이다. ‘우영우’를 통해 우리 주변의 정신장애에 대한 관심을 좀 더 늘여보자. 그렇다면 이 드라마야말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벽 속에 숨은 정신장애인들에게 최고의 인생 드라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