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엽집 <15번가>는 한반도어로 읽히고 있다. <15번가>는 왜국의 제명 천황 장례식 때 그녀의 아들이 어머니의 일생을 회고하며 눈물로 지은 향가였다.<15번가>를 해독하면 다음과 같다. 渡 津 물을 건너가는 나루 海 乃 豊旗 雲 尒 바다 에 에끼 구름 이 (끼어 있구나). 伊 理 比 沙之 그대는 다스림에 나와 나란하삿지. 今 夜 乃 오늘 밤 에 月 夜 淸 明己 曾 달이 밤 깊도록 맑아 (길을) 밝히겠지 한자로 써놓고 한반도어로 읽고 있다. 누가 보아도 명백히 한반도어로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다음의 구절들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海乃 바다에 雲尒 구름이 比 沙之 나란하삿지(나란하다+사지) 夜乃 밤에 明己曾 밝히겠찌(밝다+기+찌다) <15번가>가 고대 한반도어로 읽히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작자 중대형 황자가 한반도어를 구사하였을 수 있다. 이는 일본 천황가가 백제 왕족과 혈족 관계를 갖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가 될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 고대 한반도어로 된 향가를 누군가가 암송하면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뜻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현대 한국의 사찰에서 천수경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깨끗하구나, 깨끗하구나, 아주 깨끗하구나, 묘하게 깨끗하구나, 모든 것이 원만하게 성취되리라)’를 낭송하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뜻을 모르고 있듯이. 고대 한반도어로 표기되어 있기에 한국어를 모르는 일본인들은 만엽집을 해독하는데 있어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만엽집이 고대 한국어로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일본인들은 지난 천 년간 만엽집 해독에 주력했으나 아직도 완독해낼 수 없었다. 이 점은 앞으로도 일본인들을 크게 좌절시킬 핵심 포인트이다. 만엽집이 고대 한국어로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은 만엽집을 우리의 고문학으로 볼 수도 있는 여지를 남긴다. 근대 이래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프레임으로 우리의 역사와 한일 관계사를 일방적으로 재단해 왔다. 그러나 이제 거꾸로 우리의 프레임으로 일본의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인들은 만엽집을 자기 민족의 정체성이자 마음의 고향으로 일컬어 왔다. 더 나아가 만엽집을 국서라고까지 추앙해 왔다. 그러한 만엽집이 한민족의 언어로 표기되어 있었다. 이제 우리는 민족의 언어로 만엽집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민족의 인문학적 영토를 넓힐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인문학 연구자들의 책임이 막중해진다. 필자가 본 칼럼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향가의 세계다. 그곳에 가보니 충격적 사실들이 가을 들판의 가창오리떼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가장 놀라운 사실 중 하나가 만엽집이 한반도어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원주민과 앵무새가 콜럼버스가 신세계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것처럼 <15번가>가 향가의 세계를 다녀왔다는 증거물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을 천년 망각과 전설의 세계로 초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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