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요즘 인스타에서 핫한 곳에 가서 우리도 사진 찍으면 안 돼?” “엄마, 아빠 오늘까지 끝내야 할 작업이 있어서 안 돼!” “다른 사람들은 멀리서도 일부러 사진 찍으러 오는데, 우린 가까이 있으면서 그것도 못 해? 친구들은 주말마다 가족끼리 놀러 다닌다는데... 엄마, 아빠는 주말이면 더 바쁘다고 하고...” 딸아이의 힘 빠진 말에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지난 주말 대릉원으로 향했습니다. 절정을 이룬 벚꽃 덕분인지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황리단길부터 대릉원 후문 입구까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무색할 정도로 말이죠. 대릉원에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한적한 풍경에 일상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자연만큼 좋은 약은 없다고 했나요? 초록색 나뭇잎과 곳곳에 개화한 목련, 벚꽃, 산수유 등 봄꽃의 향연에 시작하는 설렘과 심리적 안정감이 느껴졌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도 함께 말입니다. 고분과 고분 사이 목련나무 포토존에는 꽃이 지는 시기임에도 사람들의 줄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우윳빛 뽀얀 자태를 뽐내며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목련은 봉우리때도 활짝 피었을 때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반면 꽃이 떨어지고 색깔이 시커멓게 변해 초라해지기 시작하면 다른 봄꽃들의 등장으로 금세 외면을 받죠. 하지만 대릉원 목련나무만큼은 예외입니다. 꽃이 화려하게 필 때도 꽃이 질 때도, 푸른 잎이 무성할 때도,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을 때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죠. 주위 고분들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풍광, 목련나무 중에서는 가장 축복받은 나무가 아닐까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딸아이는 대릉원 곳곳을 누비며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셀카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목련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은 오래 기다린 관광객들에게 양보한다고 합니다. “엄마, 난 경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 남들은 계획하고, 오랫동안 차 타고 와야 하는 것을 난, 잠깐 엄마 아빠만 설득하면 올 수 있잖아” 딸아이의 고단수 설득에 걸려든 것이었을까요? 그래도 좋습니다. 시간을 쫓기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경주를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아이 말대로 누군가는 계획하고 시간을 내서 찾는 이 곳이 직장에서 5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는 것이 참 행운입니다. 대릉원에서 마주한 자연, 주위 고분과 조화를 이루며 매력을 뽐내고 있는 목련나무. 생생한 기억의 조각들이 분명 머지않아 저의 발걸음을 다시 이 곳으로 옮기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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