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은 식목일이기도 하지만, 1860년 4월 5일은 37세 청년 수운이 경주 용담에서 나라를 바로 세우고 역사의 주인공으로 인간답게 살아가자는 동학의 무극대도를 깨달은 날이다.
수운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걱정하며, 민중에게 각성을 요구하며, 각자 삶의 개혁을 통해 보국안민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의 메시지가 아니라 사회 개벽을 이루어 내고자 한 것이다. 그는 1년 동안의 반추 또 반추의 심사숙고 후 그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포덕을 시작한다. 수운이 처음 한 일은 한문이 아니라 민중을 깨우치기 위해 아름다운 한글 가사로 ‘용담가’를 짓는 것을 시작으로 전라남도 남원을 오가며, ‘동경대전’ ‘용담유사’를 집필했다.
163년 전, 수운 선생께서 이 땅에 동학을 심은 해이자 실학자 최한기의 영향을 받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세상에 나온 해이기도 하다.
동학의 발상지에 살아가고 있는 경주시민들은 과연 수운 최제우와 동학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동학을 말하면 동학농민혁명보다는 수운 최제우와 해월 최시형 선생을 먼저 떠올릴 때, 동학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 최씨 정무공 최진립 장군의 7대손인 수운 최제우는 1824년 10월 28일 현곡면 가정 1리에서 경주의 대유학자 근암공 최옥의 아들로 태어났다. 재가녀의 아들로 태어나 벼슬길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아버지 근암공의 사랑과 지극한 교육아래 수준 높은 학문적 경지에 이르렀다. 또한 시천주라는 인간존중 사상을 바탕으로 신분 철폐, 척왜를 통한 보국안민을 주창했다.
링컨이 정치적 목적으로 노예제 금지를 주장했다면 그보다 앞서 최제우는 자신의 노비 중 1명을 수양딸로, 1명은 며느리로 받아들이며, 진정한 신분 철폐와 인간 평등을 실천했다.
3년의 치열한 공생애를 살다 영남 유생들의 모함과 위기의식을 느낀 지배세력에 의해 혹세무민하는 서학으로 몰려 억울하게 1864년 3월 10일 대구 장대에서 순도했으니, 그의 나이 41세였다.
우리는 그날 19C 세계사에 기록될 천재 사상가, 철학자이자 조선 최고의 시·문장가인 수운이라는 대학자를 잃은 것이다.
그의 가르침은 제자 해월 최시형과 동학인들에 의해 ‘동경대전’ ‘용담유사’로 간행돼 영원히 이 땅에 남길 수 있었다.
동학을 알아가는 방법으로 몇 권의 도서를 권장한다. 추천도서로 저학년은 ‘Who? 한국사 최제우, 최시형’ / 청소년은 ‘동경대전(풀빛 출판사)’ 성인은 작년 4월 도올 김용옥 선생님께서 평생의 대업으로 역주한 ‘동경대전(통나무 출판사)’과 ‘용담유사’를 꼭 접해보길 권한다.
책을 통해 수심정기, 혼원지일기, 외유기화, 성경신, 무위이화, 동귀일체, 불연기연의 의미를 알아갈 때 비로소 수운과 동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동경대전은 서양의 사상, 철학, 과학을 뛰어넘은 고조선으로부터 내려와서 경주의 수운 최제우에 의해 완성된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바이블인 것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근대사를 출발시킨 동학은 인류의 미래 이상이며, 경주의 정체성은 동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경주가 낳은 수운 최제우를, 해월 최시형을, 동학을 시민들이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음이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는 우리의 책임이고 우리의 무지인 것이다.
수운은 동학을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 21자로 함축했으며, 순도 30년 후 전국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당시 동학농민군들과 전봉준 장군은 밤새 주문을 외우며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날 전투에 임했다고 한다.
오늘의 우리는 수운이 자신의 숭고한 철학을 표현한 21자 주문의 의미를 되새기며, 천지자연에 경외심을 갖고 인간·생명·자연 존중의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때, 진정한 평등, 평화, 공정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고, 나아가 기후·생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천지개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수운은 ‘동학’이라는 가르침을 통해 인간 내면의 혁신을 이루고,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가고자 했던 경주가 낳은 우리 민족의 스승이자 세계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다. 동학혁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동학은 우리 모두의 역사이고, 문화이고, 경주의 콘텐츠다.
동학이 경주시의 미래전략인 만큼 동학의 역사, 문화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및 공간 활용 방안 등을 다방면으로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