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동 경주예술의전당과 현곡면 금장대를 잇는 첫 자전거 교량인 ‘월령교’가 지난해 12월 준공돼 개통됐습니다. 월령교는 길이 237m, 폭 5m로 자전거나 사람은 통행이 가능하지만 차량 통행은 금지됩니다. 이 교량으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금장대와 발 아래 굽이치는 형산강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김동리 선생의 소설 무녀도에서 무당 모화가 생을 마감하는 예기청소의 현장이 지척이라 이야깃거리로도 손색이 없는 위치입니다. 또 청동기 시대 바위그림으로 알려진 경주 석장동 암각화를 보다 수월하게 둘러 볼 수 있게 됐지요. 준공된 후, 두 어 차례 이 다리를 건너보았습니다. 양쪽으로는 형산강의 물살이 제법 세차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오리 떼는 유유자적 강물 위를 둥둥 떠다녔고요. 다리 건너 금장리 주민들은 경주예술의전당으로 바로 건너갈 수 있었습니다. 금장쪽에서 걸으면 경주예술의전당이 바로 정면으로 보여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정확하게 볼 수 있겠습니다. 다리 가장 자리쪽에는 보행자들이 잠깐 쉴 수 있도록 휴게 공간을 두었습니다. 이 교량이 준공돼 공개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야간 조명등에는 불빛이 들어오지 않아 야간경관을 조망할 수는 없었고요. 애초, 이 다리는 부산지방국도관리청에서 형산강 수위와 유량 조절을 위해 197m 길이의 ‘월령보’로, 물막이 공사만 하려고 했답니다. 그러나 경주시가 시민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도교로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하면서 지금의 월령교를 전액 국비(45억원)로 건설하게 되었다고 하니 잘 한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경주시는 향후 주민의 생활 편의 개선은 물론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대목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이 다리 공사가 한창일 때도 디자인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은듯해서 몇 몇 지인들과 안타까워했었는데 준공된 후 다녀와 보니 예상한대로 그저 그런,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콘크리트로 견고하게 지은 교량이 경주에 또 하나 등장했더군요. 이왕이면 디자인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었는지... 다른 지자체도 모두 그런 디자인이라구요? 우리는 아름다운 고도 ‘경주’에 살고 있잖습니까. 디자인이 아름다운 교량 하나 정도는 가지고 싶었거든요.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 교량인 만큼 친근한 공공 미술작품이나 자연친화적 소재의 벤치라도 설치해 콘크리트와 쇳덩이 일색의 이 다리에 아날로그적 따스한 온기를 더해주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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