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7일, ‘밤 11시 16분 경주역 발, 동대구역 도착 무궁화 기차’가 103년간 운행된 경주역의 가장 마지막 열차였습니다. 괜스레 울컥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2021년 12월 28일은 동해남부선에 역사가 새로 쓰인 날이었습니다. 103년 경주역이 폐역되던 지난 27일 마지막 영업일에 경주역을 다시 찾았습니다. 저녁 무렵 찾은 경주역 ​광장에는 큰 현수막으로 영업종료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2021년 12월 27일 23시 59분까지 운행된 경주역은 28일 24시부터 길고 따뜻했던 호흡을 멈추었습니다.
경주역을 비롯한 역들의 업무가 신경주역으로 모두 이관돼 이 과정에서 경주역, 서경주역, 안강역, 불국사역, 건천역, 호계역이 여객취급정지 됐습니다. 이제 경주시내권으로 열차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지요. (신)아화역, (신)서경주역, (신)안강역 등의 새로운 역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보다는 걱정과 안타까움이 훨씬 큰 것은 비단 저만 그렇게 느끼는 감상적 기분일까요? 변경된 새로운 열차 운행 구간과 새로운 역들을 간단히 설명해놓은 안내판에도 왠지 정이 가질 않았습니다. 벌써 역 구내 자판기도, 은행입출금기도, 안내 데스크도 모두 비어있었습니다.
경주역 광장에는 경주시가 28일 진행할 폐역 기념 문화행사 준비로 부산했고 각 행사진행용 부스들로 가득했습니다. 몇몇 가수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그리움을 남겨두고 경주역에 대한 추억들이 이렇게나 덧없이 갈무리 됐습니다. 조용하면서도 뜻깊은 행사로 경주역의 노고를 기억할 수는 없었는지, 여론에 떠밀려 급하게 치러지는 일회적 행사가 영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전국에서 찾아온 유투버들과 사진동호회 회원들과 사진가들이 카메라 장비로 경주역 여기저기를 찍어댔습니다. 물론, 많은 이들이 휴대전화기로 경주역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고 있었고요. 경주역 육교 위에서도, 대합실이나 플랫폼에서도요. 못내 떠나보내기가 아쉬운 것은 인지상정이었나 봅니다. 영업종료를 앞두고 전국에서 찾아온 많은 이들은 일부러 경주역을 찾아 왔다고 했습니다. 곧 멈출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대합실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플랫폼에도 사람들이 줄 지어 열차를 기다렸고 각지에서 이 소식을 듣고 몰려든 것 같았습니다. 역 구내 출발 시간을 알리는 방송도 이날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역 구내매점에서 6년간 영업했다는 주인은 26일, 27일 물건들이 거의 동나 다시 채워 넣고 있었습니다. 27일은 저녁 8시까지 문을 열어 손님들에게 따뜻한 물과 음료수라도 제공해야겠다며 그녀 역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주인장은 “마무리 잘하고 싶어요. 코로나 이후로 페역 된다는 소식을 듣고 손님들이 정말 많이들 오시네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경주역과 사연이 많은 어르신들은 우는 분들도 있었어요”라고 전합니다.
기자는 그간 경주역에 관한 내용이라면 어떤 매체보다 빠르게 심층적으로 경주역이 지닌 가치와 스토리에 대해 여러 차례 보도해 왔습니다. 최근엔 ‘경주역’ 역명 존속에 대해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텅 비어있을 무인역이 된 경주역이 다시 시민들과 경주역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알찬 콘텐츠로 거듭 태어나 사랑받기를 바라면서 경주역의 또 다른 출발을 응원하며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