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오릉 근처 탑동에는 구슬 서 말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이들이 있다. ‘최고의 보존은 활용’이라는 맥락에서 공연과 체험, 해설과 전시 등을 통해 경주의 문화재를 다각도로 선보이고 체험하게 하는 이들은 2018년 발족해 올해 4년차로 이 분야 사업계에선 신출내기에 속한다. 그러나 사업 시작한 지 불과 수 년 만에 문화재청이 시상하는 상을 수 차례 수상하더니 지난 15일엔 전통산사문화재 활용사업인 ‘칠불암 5감 힐링체험’으로 문화재청 ‘명예의전당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정착하기까지 좌충우돌 하며 굵은 땀방울 흥건했을 그들, 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들은 문화재를 다각도로 접근해 입체적으로 해설하고 참여자들의 오감에 가 닿으려 애쓰며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 문화유산 활용의 중심에 최경남 원장과 김용목 선생(예술감독, 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이수자)이 있다. 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은 소중한 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복합적인 전통문화축제(공연, 퍼레이드, 전시, 학술, 체험)의 기획 및 연출, 무형문화재 전승 교육, 재현 등의 다양한 창작과 연구 활동을 하는 단체다. 특히 주 사업인 ‘문화재활용사업’은 유·무형 문화재의 심미적 체험을 유도하고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 제고와 지속적인 문화재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여 지역의 관광 명소화에 뜻을 두고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연구원 구성원들은 대개 순하고 흥이 넘쳐 풍류가 몸에 배어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큰 욕심 없이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문화유산을 공유하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문화재 활용 사업 진정성 돋보여... 문화재청 ‘명예의전당상’에 이름 올리는 경사 맞이해 사업에 대한 진정성이 돋보여서일까. 올해 문화재청 ‘명예의전당상’에 이름을 올린 이 수상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속 3회 우수사업 선정(문화재청)을 수상한 결과로 이어진 쾌거였다. 그리고 취약계층 문화유산 향유 프로그램 ‘동행’으로는 경북권역에서 2021년 우수사업(문화재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HERITAGE KOREA AWARD 2021 문화재 활용 부문(경주시)’에서 수상하는 등 발족한 이듬해부터 이어진 수상행렬은 이들의 행보에 강력한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간단히 살펴보면, 문화재청의 ‘전통산사문화재활용 프로그램(칠불암, 칠불암가는 길 입구)’은 2018년부터 시행한 프로그램으로, 전통 산사 문화재의 역사와 예술적 가치를 부각하고 참여자의 심미적 체험을 유도하는 문화유산 힐링 프로그램이다. 이 행사는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과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이 그 대상 문화재다. ‘세계유산 활용 프로그램’은 경주 역사유적지구 중 남산일원(육부전, 나정, 일성왕릉, 남간사지 당간지주, 남간마을 등)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첫 사업으로 전통산사문화재활용 사업인 칠불암에서의 노하우들을 접목하고 문화재의 보고인 세계문화유산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평을 얻어 문화재청 우수사례로 추천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취약계층 세계문화유산 향유 프로그램 ‘동행’’은 전액 국비사업으로 지난해부터 경북권역을 이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올해 우수사업(문화재청)에 선정됐다. 세계문화유산 감성여행 ‘동행’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재 향유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 다문화가정, 시청각장애인, 보호아동 등 우리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또 ‘생생문화재 활용 프로그램(경주읍성)’은 올해 첫 프로그램으로 경주 읍성을 중심으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경주에서 만나는 조선과 근대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를 편안하게 전달하고 문화재를 향유하는 프로그램이다. 경주읍성 생생나들이 프로그램은 2022년도 예약이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한다. 최경남 원장<인물사진>은 “저희 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은 크게는 등록문화재와 관련된 사업과 세계문화유산활용사업, 취약계층문화유산활용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세 사업 모두 문화재청 우수사례로 선정됐습니다. 전통산사문화재활용 프로그램(칠불암)의 경우는 2018년 저희 첫 작품으로 2019년부터 연속 3년간 우수사업으로 인정돼 감사하게도 올해 ‘명예의전당’상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상의 이름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 분발할 것입니다” “저희 프로그램 대부분에는 예술적 감각과 감성이라는 코드를 넣어 대상자들을 만족시키려 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 대상자별 특성이 다르므로 어르신에게는 어르신에 맞는, 장애인이라도 장애의 경우가 모두 다르므로 각기 특성에 맞춰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구요. 다문화 가정의 경우에도 세대 간 문화 차이를 고려해 한국의 전반적인 문화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짜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비지땀 흘리며 고락 같이 한 지 여러 해...뜨거운 동지애로 똘똘 뭉친 구성원들,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는다’ 최 원장은 “저희는 우연하게 이 일을 하게 됐어요. 2015년 경주엑스포 때 처용무를 의식무로 추는데 있어 처용무 발상지인 경주시 자체의 처용무를 만들어야한다는 취지에 따라 처용무를 배우기 위해 몇몇이서 모였었죠. 당시 처용무를 추기위해 모였던 이들이 우리 사업의 초기 멤버입니다. 김용목<인물사진> 선생이 문화재 활용사업에 대해 제안을 하셨고 경주의 수많은 유무형 문화재와 관련된 역사성 있는 주제로 공연을 해보자는 취지로 프로그램들을 시작했죠. 그러다가 활용사업 공모를 알게 되었고 각 팀들이 모여졌고요. 협업 단체로는 문화재해설(신라사람들), 공연팀, 사회협동조합인 ‘문화와 나눔’, 화랑인형극단, 그 외 개인 예술활동자가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칠불암 사업(‘신라의 불국토, 경주 남산을 가다’)을 김용목 선생의 자문을 구해 첫 활용사업프로그램으로 선보이게 됐습니다”며 활용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3년간은 프로그램을 계속 조정해 나갔다고 한다. 전통산사문화재활용 프로그램의 경우, 거대한 남산 속 칠불암을 중심으로 남산의 매력을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고민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프로그램을 대폭 조정해나갔고 2019년부터는 오감힐링체험으로 구성해 프로그램을 안착시킨다. “문화재청 전통산사문화재활용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전국의 큰 사찰들이 주요 대상프로그램이었는데 저희는 ‘칠불암’이라는 작은 암자에다 한 시간 이상 산을 올라야 하는 조건이라 평가 항목에서 접근성이나 안전성에서 매우 불리한 조건에 해당됐어요. 그럼에도 칠불암으로 정한 것은 경주 남산 유일의 국보를 지니고 있는 사찰인데다 칠불암의 문화재가 개방돼 있어서였죠. 칠불암 스님들께서도 매우 수용적이어서 저희가 프로그램을 마음껏 표현하면서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 행사를 하기 위해선 해설사팀이나 참여하는 예술인들이 텐트 옮기는 일부터 모든 장비(스피커, 의상, 도구, 악기)를 직접 들고 산에 올라가야 했다고 한다. 비지땀을 흘리며 고락을 같이 한 지 여러 해. 이제는 뜨거운 동지애로 똘똘 뭉친 이들은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진한 감동과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이들은 스케일보다는 차별성있는 질 높은 콘텐츠로 승부하며 기존의 유사한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성을 두려고 노력한다. 국·도·시 보조금을 받으면서 소외계층을 좀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 폭넓은 관객층을 개발하기 위해 여행 상품을 개발중이기도 하다. 전국 여행사와의 모니터링과 자문을 통해 2022년에는 여행 상품에 박차를 가할 계획인 것. 코로나 이후 변화할 관광패턴에 대해 교육도 받고 전문가와의 자문을 통해 우리 것을 어떻게 관광과 결합시켜 상품화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먼저 저희들이 감동 얻습니다. 가장 큰 수혜자는 저희입니다”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사학자나 문화재 관련 연구자 집단이 아니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일들이 많았어요. 아주 간단한 문화재 소개글을 작성하는데도 여러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했던 거죠. 공연 소품을 한 가지 사용하더라도 일일이 자문을 구해 그림을 파서 세공을 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항상 지역 어른들께 자문을 구하고 문화재 관련은 ‘신라사람들’과 연구하고 자료 수집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먼저 자신들이 감동을 얻곤 한다고 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복지 ‘동행’ 같은 프로그램은 문화재청 사업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경북권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 그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진한 고민을 한다. 복원한 발굴 유물들을 만져보고 직접 느끼도록 하는가 하면, 신라대종의 경우 시의 양해를 구해 타종하고 만져보게도 하고 듣게 해 감동을 이끌어냈다. 춤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에게는 몸을 통해 춤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진동으로 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콘텐츠 개발에 집중했으니 프로그램들 좀 더 안정시키고 내년엔 여행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 주력하려 합니다” 최 원장은 “어떤 프로그램을 체험하더라도 참여하는 분들이 만족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이미 확정돼 시행하고 있는 사업들은 좀 더 안정시키고 여행상품으로 만드는 과정들과 홍보 마케팅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콘텐츠 개발에 집중했으니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 핵심적으로는 관객을 개발하고 대상 계층에 대한 다각적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산의 경우 국내 거주 외국인의 유치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단체들과의 협력으로 확산될 수 있는 부분들에 집중하고자 합니다”라고 했다. ‘가장 첫 번째 수혜자는 우리’라면서 ‘일하는 우리가 행복하고 행복한 일을 하면서 밥은 먹고 산다’고 말하면서 활짝 웃는 최 원장은 대상자에 맞게 그들이 제대로 알고 느끼고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다. “지역 사회의 공익성이나 공공성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이 일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도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작지만 경제적 안정도 누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현재는 사무실, 창고, 연습실을 따로 사용해서 다소 사업 진행상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살펴보고 있는 차제이고 그것이 우리의 숙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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