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이 친근한 미소를 띄면서 말을 걸어왔다. 새로운 전시를 감상하며 우아하게 쉬어가라 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이 단순한 역사정보의 전달이 아닌 휴식의 공간, 힐링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획기적인 전시 환경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를 보다가 전시장 내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휴식 공간을 마련해두었는데 벤치와 소파, 평상, 아늑한 조명등의 배치는 그래서 전시 관람을 신선하고 즐겁게 한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최선주)은 신라의 역사와 문화라는 주제로 매년 두 세 차례 특별전을 열고 있는데 지난달 24일부터는 새로운 특별전시와 새롭게 문을 연 상설전시실이 첫 선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특별전으로는 2022년 3월 20일까지 열리는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다름이 만든 다양성’ 전이고 신설 전시공간인 신라미술관 ‘불교사원실’의 상설 운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두 전시장을 찾은 이들은 경주박물관 이전 전시환경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뜻밖의 전시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박물관 전시환경의 변화가 가히 혁신적이라는 평을 얻고 있는 것. 이번 특별전시와 신설 전시공간을 기획하고 일반에 선보이기까지 국립경주박물관 최선주 관장은 물론, 박물관 직원들은 주말도 없이 특별전과 신설상설전시실 개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혁신적이다, 참신하다...고답적인 전시장 환경에서 관람객 위해 섬세하고 세련된 감성으로 연출하고 배려 이번 특별전과 신설된 불교사원실 전시에선 ‘박물관은 우리 모두를 위한 공간이자 유물을 통해 과거와 관람자가 소통할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이라는 평소 최선주 관장의 신념과 열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최선주 관장의 그간의 전시 노하우가 집대성 된 야심작으로 보인다. 불교 미술을 전공한 최 관장은 국립박물관에서 1990년대부터 30여 년 동안 조사연구와 다양한 특별전을 기획하는 등의 경험과 관록을 바탕으로 큐레이터로서 많은 일을 해왔던 터다. 더불어 전시장 곳곳에선 여러 전문가의 손길과 학예사들의 아이디어와 땀방울도 감지된다. 그래서 얼핏 고리타분하고 시대의 변화에 무딘 것 같았던 고답적인 전시장의 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들이 관람객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듯하다. 이는 특별전과 새롭게 선보이는 전시실에서 철저하게 관람객의 감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섬세하고 세련된 감성으로 연출하고 배려하고 있는 연유에서다. 최 관장은 지난해 신라역사관을 전체적으로 리노베이션해 공개 했고 올해는 불교사원실을 준비해 공개했는가하면, 내년에는 신라미술관 전체를 개편할 계획에 있어,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경주박물관을 보여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특별전 2022년 3월 20일까지...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다름이 만든 다양성’전, 우리 속 다른 문화 살피다 특별전시관에서는 내년 2022년 3월 20일까지 새롭게 펼쳐지는 특별전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다름이 만든 다양성’ 전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한국 내 체류 외국인 숫자가 250만 명(2020년 기준)을 넘어선 현재, 다양한 외국인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세계문화속에서 다양성이 갖는 공존성과 함께 그 다양성이 과거 역사속에서 언제부터 있었는가를 총체적으로 유물을 통해 살펴보는 전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갈등하고 빚어낸 교류의 산물인 외래계 문물을 소개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관계망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고대 한국 사회에서 ‘다른 사람’, ‘다른 문화’가 만들어낸 우리 역사 속 다양성을 4부로 구성해 전시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 주요전시품인 경주 계림로 14호 무덤 출토 황금보검을 비롯, 한반도 전역의 외래계 문물 172건 253점(국보 2건, 보물 6건)을 선보이고 있는 것. 제1부 ‘낯선 만남’은 외래계 문물을 이해하는 배경을 설명하는 인트로 부분으로 이국적 외모를 지닌 사람들의 이미지를 담은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고대 한반도에 사는 이들이 경험했을 낯선 만남의 느낌을 재현한다.  제2부 ‘스며들다’에서는 국가들의 정치ㆍ사회적 요인으로 교류가 구체화, 다양화되어 우리 역사에 스며드는 과정을 살펴본다. 요령식동검을 특징으로 하는 고조선 사회에 철기문화를 가진 수많은 중국계 유민들이 이주하고, 한군현이 설치되는 등 서서히 시작되는 전쟁과 갈등, 망명과 신기술의 전파로 나타나는 다양화된 교류 내용을 각종 금속기와 토기자료로 설명하고 있다. 이어지는 제3부 ‘외연을 넓히다’에서는 삼한시기 초원과 바닷길을 넘어 본격적으로 외연을 넓혀가는 문물교류의 양상을 북방 유목민족의 동물장식, 중국과의 교역품, 동남아시아의 유리구슬, 한반도 남부 해안지역의 일본계 유물 등으로 설명한다. 이로써 정치, 외교, 각종 민간 무역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펼쳐지는 한반도와 유라시아 세계의 국제적 교류활동이 본격적인 문화 다양성의 서막을 연다. 제4부 ‘다양성을 말하다’는 삼국시대 이후 한반도 내부의 긴장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각국의 정치, 외교 활동과 한층 복잡해진 교류의 양상을 각종 외래계 문물을 통해 소개한다. 나아가 다양한 문화와 공존하는 통일신라의 양상도 함께 살펴본다. 이동관 담당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와 사람이 섞이고 갈등하면서 역사에 스며들어 ‘우리’를 만들고, 점차적으로 그 외연을 넓혀 문화적 다양성이 공존하기까지 고대 한국 문물 교류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한다. 이번 전시가 고대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통하여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문화 다양성, 사회적 포용에 대한 이해, 상호 소통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동안 입체적인 전시 원해왔는데 이렇게 편안하게 감상 돕는 전시환경 변화는 처음” 한편, 특별전의 이해를 돕는 장치가 여럿 선보인다. 전시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연출적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다양성’이라는 전시 컨셉에 맞추어 원웨이(One-way) 강제동선이 아닌 자유동선을 채택한 점이다. 전시관 밖의 야외 LED 전광판에는 우리 사회의 문화 다양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전달하는 영상물로 전시에 대한 흥미를 더한다. 또 전시장 내 한켠에서는 다양한 이주민들을 철학적으로 표현한 이한희 애니메이션 감독의 영상도 주목할 만하다. 한 관람객은 “박물관 전시는 엄숙하고 딱딱할 것이라는 이미지였는데 누구나 놀이터처럼 오래 머물며 전시를 천천히 보도록 해줍니다. 몰입도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동안 입체적인 이런 전시를 원해왔는데 이렇게 편안한 감상을 돕는 전시환경의 변화는 처음입니다. 특별관 입구 전광판도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나 현대성을 가미해 유물의 전통성에 자연스레 스며듬이 느껴집니다. 매우 감각적이군요”라고 했다. -신설된 신라미술관 ‘불교사원실’ 상설 운영...별처럼 무수히 많았던 신라 사찰과 탑 만나는 공간// 면진 진열장 설치와 전면 저반사 유리 도입으로 문화재 안전과 전시 관람에 최적화된 환경 제공 “절이 별처럼 많고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었다(寺寺星張 塔塔雁行)”는 󰡔삼국유사󰡕에 전하는 구절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전시실을 선보이고 있는데 바로 신라미술관 ‘불교사원실’의 신설이 그것이다. 불교사원실이라고 명명된 새 전시실은 신라미술관 2층에 있던 기존 황룡사실을 공간과 내용 면에서 크게 확장시켜 신라 최초 사찰인 흥륜사부터 9~10세기 사리기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진에 대비한 면진 진열장 설치와 전면 저반사 유리(가시광선 투과율 98~99%) 도입으로 문화재 안전과 전시 관람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신설된 신라미술관 ‘불교사원실’ 전시장의 배경과 도입부부터 획기적이고 입체적인 시도가 돋보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으로, 신라미술관 중층의 환경을 개선하고 2층 계단 홀 공간을 전시의 일부로 편입했다는 점이다. 관람객들이 중층을 거쳐 2층 불교사원실로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도 한 것. 가장 먼저, 계단 홀에 전시된 황룡사 출토 치미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실 안에 있던 치미를 밖으로 옮겨 불교사원으로의 본격적인 진입을 예고하고 치미의 진열대 높이를 관람객 눈높이에 맞추어 더욱 편안하게 전시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계단 홀은 따뜻하고 밝게 연출하고 건물 내부로 진입하기 전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전시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도록 꾸몄다. 전시 도입부에 놓인 석조물은 사원 외부와 내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신라 사찰의 역사적 흐름 조망하는 한층 풍부해진 전시... 새로운 과학적 조사 결과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 확인 불교사원실에서는 신라 왕경과 지방의 주요 사찰 유적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 탑 장식, 불상, 기와 등을 활용해 신라 사찰의 역사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구성했다. 황룡사 구층목탑과 분황사 모전석탑에서 발견된 다종다양한 사리기와 공양품은 불교 공인 이후 사찰에 투입된 왕실의 막대한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엿볼 수 있다. 황룡사의 사리기 외함 표면에 새겨진 <찰주본기(刹柱本記)>는 7세기의 탑 건립과 9세기 중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 탑을 둘러싼 다양한 역사적 상황을 전하는 귀중한 자료다. 통일 직후의 대표 사찰인 사천왕사 녹유신장상벽전과 감은사 서탑 사리장엄구에서 볼 수 있는 한층 정교해진 도상과 높은 조형미를 통해 통일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신라의 정치, 종교, 예술적 역량을 느낄 수 있다. 통일신라 후반기의 여러 사리기는 당시 지방 사찰에서 전개된 불교 신앙의 일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유행이 가져온 사리장엄구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외에 신라의 최초 사찰인 흥륜사를 비롯한 주요 사찰의 기와와 전돌 18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한편, 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 일부 전시품에 대한 과학적 조사 결과,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황룡사 구층목탑 심초석 하부에서 출토된 백자호 내부에는 3점의 작은 흰색 물질이 들어있었는데 이는 조개껍데기로 밝혀졌다. 구층목탑 사리공에 봉안되었던 연꽃 모양 받침은 이번 재질 조사를 통해 가운데 부분이 은, 바깥 부분이 금으로 이루어져 있음이 확인됐다. 또 분황사의 은합에 들어있던 직물은 능조직을 바탕으로 하고 무늬가 없는 무문릉(無紋綾) 또는 소릉(素綾)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자료는 창건 당시와 고려시대의 것이 혼재되어있는 분황사 사리장엄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간감과 출토 맥락 고려한 전시 연출...시간 축 따라 과거와 현재의 조화 이루며 황룡사, 분황사, 감은사, 사천왕사 등 신라 대표 사찰 출토품 망라 시간순으로 전시된 사리장엄구 진열장을 중심축으로 양옆에 여러 절터에서 수습된 기와와 전돌, 불교 신앙의 대상과 사천왕사 녹유신장상벽전을 전시한다. 도입부에는 절터에서 수습한 석탑 부재, 완결부에는 신라 사원의 현재를 몽환적으로 포착한 영상을 배치하여 시간의 궤적을 보여준다. 한편, 기와와 전돌을 전시한 진열대 디자인, 전시실 중앙의 천장은 전통 목조건축의 지붕 구조를 모티브 삼아 과거와 현재가 조화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또한 전시품의 맥락을 보여주는 연출도 돋보인다. 황룡사 구층목탑 사리기와 공양품은 진열장의 높낮이에 변화를 주어 다양한 발견 위치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사천왕사 녹유신장상벽전은 주위에 배치되어 있던 당초문전과 지대석 등을 재현해 건축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천왕사 목탑 터 바닥을 장식했던 물결 형태의 녹유전을 전시실 바닥 일부에 재현해 관람객들이 당시 신라인들이 구현하고자 했던 정토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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