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석조문화재는 변치 않는 문화재로 인식하는 것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지난호에 이어 석조문화재 수리의 필요성과 수리보수의 시공법, 관리의 필요성과 함께 경주지역 석조문화재 훼손에 대한 경주시의 의견도 함께 들어보았다. 이번호에서도 문화재 보존·관리·활용을 위해 경주에서 20년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학과장인 도진영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구성했음을 밝힌다.
-우리나라 석조문화재의 대부분은 화강암이 50%정도, 석굴암 부처님은 토함산 화강암, 분황사 석탑은 안산암, 골굴암 마애여래좌상은 응회암 도진영 교수는 석조문화재는 돌로 된 문화재이므로 돌의 종류부터 파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변성암 지대로 화강암이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 석조문화재의 대부분은 화강암이 50%정도며 그 외 소수는 응회암, 안산암 등으로 다른 종류의 암석을 이용했다. 화강암은 매우 견고하고 내구성이 강하지만 불에 약한, 내화성이 약한 결점이 있다. 화강암도 그 종류가 매우 많은데 석조문화재에 사용된 화강암은 조립질 흑운모화강암, 세립질 흑운모화강암, 화강섬록암 등으로 다양하다고 한다.
다음으로 안산암인데, 분황사의 석탑 탑재로 쓰인 것이 그것이다. 응회암은 경주 골굴암 마애여래좌상에 쓰인 암석으로 감은사 석탑재로도 사용됐다. 감은사 석탑 수리 시 장항리 일대를 뒤지니 인근 뒷산에서 채석지를 확인하고 암석을 수급해 수리했다는 일화도 있다. 대리석은 원래는 실내용으로서 산에 약해 외장에는 부적당하다. 유럽 대부분의 석상이 대리석이다. 한편, 석회암은 동해안 쪽에 많다고 한다.
도 교수는 “석굴암 부처님도 정밀진단 후 토함산 화강암이라는 것이 밝혀졌지요. 그래서 정밀진단 후 암석의 종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했다.
-왜 진단을 해야 하는가...진단 통해 훼손 원인 알아내고 상태를 파악하고 처방하기 위해
“암석의 특징을 파악했다면 앞으로 어떻게 파손, 훼손될 것인가의 위험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대책을 마련해 적절한 보존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에 진단의 목적이 있습니다. 이에 따른 진단법으로는 현장에서의 육안 진단, 일부 시료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분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나마도 원인 파악이 되지 않으면 석조문화재의 환경과 유사한 환경을 실험실에 그대로 조성해 인공풍화실험을 거치게 된다. 어느 부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도면으로 작성한 후 심각 정도를 표시한다는 것. 자연원인에 의한 손상인지 과열탈락에 의한 손상이지, 미생물 서식에 의한 손상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전체적인 손상 원인별 훼손 도면을 도출해낸다. 또 현장에서 기계측정도 하는데 이는 비파괴적 이어야 하므로 살살 두들겨보거나 초음파로 암석을 측정하기도 한다. 최근엔 3D스캐너로 정밀하게 측정을 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서 초음파 측정의 결과를 얻는다. 또 풍화 정도를 정밀하게 알기 위해선 드릴저항시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써 약화된 정도에 따르는 약을 처방할 수 있는데, 이 방법은 외국서는 매우 활용도가 높다고 합니다. 저도 하나 장만했습니다만 한국서는 적용을 하지 못하고 있네요. 하하. 천공을 해 실험실에 가져오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우리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X선 회절분석, 전자 현미경 조사 등 실험실분석을 하지만 이마저도 답을 얻지 못할 경우 인공적 풍화 환경을 만들어 견디게 하는 실험을 한다. 이 모두는 진단을 통해 훼손의 원인을 알아내고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 다음엔 처방을 해야 하는데 수리는 훼손된 문화재를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모든 조치로서 실측설계, 보수, 복원, 사이트 환경 정비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작업이라고 도 교수는 재차 강조했다. 수리의 영역에서 가장 문제는 해체 후 다시 복원(재건립, 문화재가 구조적으로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 구조를 해체 후 기초를 튼튼하게 한 후 다시 원 상태로 건립하는 작업)시키는 작업이다. 또 세척, 탈염(문화재의 표면이 각종 오염물 및 생물 서식에 의해 경관상 및 보존상 문제가 있는 경우 오염물 제거), 강화처리(강도가 약화되어 문제가 있는 경우 풍화된 암석에 강화처리제를 침투시켜 새로운 조직으로 단단하게 강화시키는 작업), 발수처리(표면에 발수제를 도포해 빗물 등 수분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시공), 수복(문화재를 보수해 문화재의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시키는 조치) 등을 한다.
-경주시...석조문화재와 관련해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문화재위원과 전문가 자문 구하고 있어// “세척도 신중하게 정확한 방법을 찾아야 해요” 보존과학적 보존처리에서는 세척의 경우 돌 표면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세척을 한다. 그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찾는데, 이때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 뿐 만 아니라 돌이 상하지 않는 것을 이른다.
“국립경주박물관 내 분황사 출토 세 부처는 2001년~2006년까지 세 차례 세척을 했으나 돌 안에 있는 생물까지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물체가 올라오기 때문이죠. 따라서 세척도 신중하게 정확한 방법을 찾아야 해요. 특히 다공성 돌에서의 생물 제거는 과연 얼마나 효과적이냐가 문제이지만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가시적 효과가 있어야 하므로 일단 세척을 하는 것입니다. 원론적으로는 생물이 문화재에 영향을 미쳐 부식시키므로 고려해야 할 일지만 그 방향성과는 달리 세척이 잦고 다시 되돌아가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경주시 문화재과 담당자는 석조문화재들은 별도의 관리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사실 최근의 파손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에 걸쳐 풍화 등의 작용이 있어왔다면서 서악리마애불의 경우 원래 암석 자체가 잘 쪼개지는 안산암이어서 복원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더 이상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까지도 대략 3~5년 단위로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뒷산에서 내려오는 물의 영향인지, 바람에 의한 것인지, 풍향계와 풍속기 등을 설치해 지속적으로 계측하고 있다는 것.
“석조문화재와 관련해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문화재위원과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기술지도와 자문을 구해 보수를 시행하고 있으며 관리를 잘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분황사의 경우 수 년 단위로 보존 처리를 하고는 있습니다만 1962년 이후 문화재 관리가 본격적으로 실시됐는데 당시 공법으로 문화재 안에 무엇을 넣었는지 알 수 없으므로 백화 현상등의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면 해체보수를 해야 합니다. 모전석탑이다 보니 전면해체가 어렵고 해체 후 정확한 복원도 힘든 일 일 것입니다”라고 했다.
-“꾸준히 다니며 문화재를 찾아보는 이들이 가장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존은 전문가가 하고 관리는 일반인도 할 수 있어요” 도 교수는 분황사 모전석탑의 백화 현상이 심각해 세척을 했으나 백화는 계속 반복됐다고 했다. 이것은 탑재 안에 탑을 쌓기 위한 엄청난 양의 회가 들어가 있어서라고 한다. 옥개석에선 물이 새고 물이 들어가니 회가 다 녹을때까지 백화 현상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2021년 세척이 완료됐다고 해서 검사 차 가보니 마침 비가 와서인지 위에서부터 물이 스며든 자국이 선명했습니다. 물이 새면서 석회가 녹은 물이 생기고 이를 방치하면 종유석처럼 경화되는 것이죠. 이와 같은 사례는 세척을 하더라도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음을 방증해 줍니다. 피부의 트러블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진한 화장으로 덮어버리는 경우와 유사하다고 할까요. 원인을 잘 파악해서 그것부터 처리해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한편, 모니터링에 의한 점검 관리는 진단에 의한 처리와는 달리, 일반인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경주시 문화재과 인력만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소홀하게 관리되는 문화재는 현장에 너무 많습니다. 꾸준히 다니며 문화재를 찾아보는 이들이 가장 전문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관심있는 이들이 문제해결의 관리자인 거죠. 경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문화재에 대해 관심과 애착심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도록 권하고 싶어요”
문화재 보존이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조치라면 문화재 관리는 행정적이고 기술적인 보호 조치인데 진단과 분석을 통해 보존관리 방안을 낸다는 것이다. 보존은 전문가가 하고 관리는 일반인도 할 수 있다는 것.
-“비지정 문화재는 관리 상태도 더 나쁘고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그런 문화재 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경주에는 여러 문화재 관리 단체가 있다. 그 중 문화재보호법이 생기기 오래전부터 국립경주공원이 문화재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오랜 시간 관리했다고 한다. 이후 경주시 일부 부서에서 담당하다가 2006~2007년 경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다시 관리하고 있다.
“늘 다니며 체크하는 그 직원들을 대상으로 어디가 문제가 되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교육을 자주 시행했고 그분들이 그간의 자료를 집대성 해 둔겁니다. 문제가 되는 사항은 전문가에게 보고하고 전문가와 함께 현장 답사를 하는 식이지요. 국립공원에서 오랜 시간 모니터링 한 결과 정밀진단이 필요했던 경우엔 문화재청에 즉시 보고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문화재 관리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자주 가서 계속 보고 객관적 자료인 기록으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단순하지만 관리를 잘 할 수 있는 측면입니다. 또 문화재 자체도 중요하지만 문화재를 둘러싸고 있는 사이트 환경도 중요합니다”
이는 지반 안전 상태, 빗물 유입 및 침수, 보호각의 상태, 주변수목 및 수풀에 위한 훼손 등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한다. 석조문화재 보존관리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두고 점검 결과를 상부에 보고한다.
도 교수는 끝으로 “사실 지정 문화재는 꾸준하게 의무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만 비지정 문화재는 관리 상태도 더 나쁘고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그런 문화재 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주인이 없는 문화재임에도 상당히 중요한 문화재들이 수리에서 뒷전으로 밀리더라구요. 그래서 주인 없는 문화재가 서러운 겁니다. 우리 시민들께선 이들 비지정 문화재들을 조금 더 살펴봐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