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이 남겨놓은 찬란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임무 중 하나다. 민족 문화유산을 미래세대에 보존계승할 이론과 방법을 개발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런 일련의 문화재 보존·관리·활용을 위해 경주에서 20년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학과장인 도진영 교수다. 도 교수는 문화재청 보존분과 문화재위원회 문화재전문위원, 경상북도, 대구시, 울산시, 경상남도 문화재전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호 상편에서는 도진영 교수를 통해 문화유산 중 특히, 경주지역 석조문화재의 손상과 훼손 실태와 손상의 종류, 손상된 석조문화재의 안전상태 진단에 대해 알아보았다. 흔히들 석조문화재는 변치 않는 문화재로 인식하는 것에 경종을 울린다. 실외에서 오랜 세월 견디는 암석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어질 하편에서는 석조문화재 수리의 필요성과 수리보수의 시공법, 관리의 필요성과 함께 경주지역 석조문화재 훼손에 대한 경주시의 의견도 함께 경청할 예정이다. 전국의 손상된 여러 문화재가 있으나 본 기사에서는 경주의 훼손 석조문화재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음을 밝혀둔다.
-서악리마애불, 삼릉계곡마애석가여래좌상, 선각육존불...박리와 박락, 착색 진행돼 도 교수는 먼저 선도산 서악리마애불의 깨진 부처 얼굴에서 경주 석조문화재의 실태를 보여주면서 관리 방안까지 제안했다. 양 옆 협시불도 깨지긴 했지만 본존불에 비해선 양호한 편으로 보였다. 두 협시불은 화강암이고 본존불은 안산암으로 이뤄져 암석 자체가 두부 깨지듯 조각조각 깨지는 돌이라고 한다. 그 틈 사이로 물이 새어 들어가거나 풍화작용으로 자연스레 박리가 된 것이다.
또 경주서남산 꼭대기 상선암 바로 위 ‘삼릉계곡마애석가여래좌상’의 양 옆 바위면이 떨어지기도 하는 상태다. 이 부처는 암석결을 잘 이용해 만들긴 했으나 결이 보존상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큰 절리와 작은 절리가 진행돼 나무나 물이 스며들고 있는 것인데 아랫부분 바위들이 떨어져나가고 있는 상태다. 이는 구조적으로 육안으로도 쉽게 보일 정도다. 이로써 이 문화재가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남산 삼릉계곡 첫 번째 지정 문화재인 ‘선각육존불’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 21호다. “여섯 부처가 새겨진 바위인데 시커멓게 적흑색을 띄고 있습니다. 미생물이 바위를 가득 뒤덮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여기서도 자세히 보면 절리가 발견되고 있어요. 면이 얇게 박리되고 있는 것으로 선각의 두께는 불과 1센티 정도로 이뤄져 얇은 면이 박리가 되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사라지는 것이죠. 그야말로 돌덩어리가 될 뿐입니다. 박리도 손실이지만 면이 사라지는 것도 큰 손실이자 우려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도 교수의 우려다.
절리의 틈으로 물이 흘러나오고 생물이 자라는데 어떤 생물인지에 따라 암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버섯처럼 생긴 생물종은 서서히 암벽을 부식시켜 암석 입자가 떨어질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 약수계곡 마애불입상에서도 양각으로 도톰하게 부처가 새겨져 있다. 여기서도 전체적인 큰 균열이 발견된다. 아래 조각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문화재도 훼손되기 전 관리를 통해 손상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문화재 보존의 원칙은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장 기본” 도 교수는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진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문화재를 어떻게 관리하고 보존해야 하는 것일까요.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관리해서 우리 후손들에게 오랜 시간 머물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개입해 문화재의 생명을 늘려보자는 것이 저희가 연구하는 분야입니다”라고 했다. 이런 문제들의 가장 좋은 방안은 보호각의 설치지만 미관상 문제가 심각하다는 맹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보존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
그렇다면 석조문화재의 손상과 훼손은 무엇일까. 또 현재의 손상상태를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석조문화재의 수리와 보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대목은 석조문화재의 관리입니다. 관리는 시민들도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한 대목입니다”
보존이란 인간이 개입정도에 따라 그 개념이 달라지는데 문화재는 누군가의 눈으로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를 모니터링이라 하는데 이점을 등한시하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도 훼손되기 전 관리를 통해 손상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문화재는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회복불가입니다. 나빠지면 그 선에서라도 머물도록,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할 뿐이지요. 호전될 순 없습니다. 잘 관리해서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인거죠. 다시말해, 문화재 보존의 원칙은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장 기본이고 손을 댄 듯, 안댄 듯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보존입니다. 한편, 복원은 유실된 부분을 새로 재건하는 것인데 경주에도 복원하려는 문화재가 여럿 있습니다. 복원은 추정하거나 창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복원은 예전과 똑같이 재건하는 것을 말하는데 형태와 재료, 기술까지 원래와 똑같이 해야 하는 작업이므로 엄중하게 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추정에 위한 복원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풍화작용에 의한 석조문화재 훼손...서악리마애석불상, 보문리석조, 낭산마애삼존불, 구황리삼층석탑,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 아치 아래쪽 등에 손상 진행 흔히 석조문화재는 돌로 만들어진 문화재로 영구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사실은 실외에 노출돼 있고 오래된 제작시기로 양호하지 못하다고 한다. 석조문화재의 훼손과 손상의 요인은 풍화나 빗물, 수분동결, 지반의 습기, 지반 불안정, 암석의 물성상의 문제, 생물의 서식, 최근 대두되고 있는 대기오염물, 인위적 요인 등의 매우 다양한 요인에 따라 손상이 진행된다고 한다.
이들 중 가장 큰 원인은 물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손상 현상들의 유형으로는 풍화작용에 의한 훼손으로 파손이탈, 다편파열(결에 따른 균열로 경주 서악리마애석불상 등), 균열(경주 보문리석조, 낭산마애삼존불), 박리(분황사석탑 하단부, 감은사지 서삼층석탑 표면의 박리 등), 두껍게 떨어지는 박락, 입상분해(풍화에 의해 입자들로 분리돼 나오는 현상으로 경주 남산리 동삼층석탑 등), 천공(구멍이 나는 현상으로 경주 남산 화강암에서 자주 보이며 경주 구황리삼층석탑, 나원리오층석탑), 착색(돌의 철광물이 비를 맞으며 붉게 물드는 것으로 탑의 균형을 맞추면서 그 사이로 무쇠편을 집어넣으면서 무쇠편이 산화되면서 탑을 벌겋게 만드는 현상), 오염물 침착(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 아치 아래쪽에 허연 부분으로 1960~1970년대 복원하면서 회를 다량 사용해 물이 스며들었고 다시 그 오염물이 흘러나온 것으로 보임) 등이다.
-생물서식에 의한 석조문화재 훼손과 구조 상태에 따른 훼손, 과거 보수 물질에 의한 손상...분황사모전석탑, 삼릉계석불좌상 그리고 생물서식에 의한 훼손으로는 이끼(선태), 지의류(고착, 엽상, 수상 지의류 등으로 유기산을 분비해 돌 입자를 긁어냄), 녹조류인 미세조류와 시아노세균 등은 그나마 국부적 손상을 유발한다. 그러나 이에 비해 더욱 심각한 구조 상태에 따른 훼손으로는 중심침하(땅의 풍화작용), 연약지반, 내부의 절리 및 균열 등이 있다. 다음으로 과거 보수 물질에 의한 손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불국사 청운교백운교 아래의 백화 현상, 분황사모전석탑의 경우도 백화현상이 심하다. 분황사는 2010년부터 표면을 세척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변색과 형태의 변화로 손상이 되는데 잘못된 성형이 그 예다. 삼릉계석불좌상은 수리하면서 광배 부분을 복원했으나 부처의 손상 부위를 수리하는데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얼굴부분이었다.
“부처 얼굴의 복원은 매우 어렵습니다. 자료의 부재로 고심을 하게 되는데 많은 미술사학자들이 여러 불상의 얼굴에 맞춰 만들어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석조문화재 심하게 풍화되기 전에 육안 및 정밀 진단 실시해 더 이상 손상, 훼손 되지 않도록 보존방안 강구해야” 그렇다면 진단은 크든 작든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한다. 문화재의 안전 상태 진단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존방법을 찾기 위해서란다. 문화재도 반드시 진단하고 수리를 해야 한다. 즉 석조문화재가 심하게 풍화되기 전에 육안 및 정밀 진단을 실시해 더 이상 손상, 훼손 되지 않도록 보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안전상태 진단은 보존과학 전문가에 의해 진행한다.
도 교수는 “전문가와 함께 일반인도 함께 점검하고 관리하는 영역에서 모니터링해 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먼저 육안으로 진단을 하는데 문화재 주변 환경상태와 암석의 풍화상태 정도, 생물 서식 상황, 기울기 등의 구조 상태 등을 보면서 종합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각한 상태는 정밀 안전진단을 해야 하는데요, 복잡한 과정의 진단으로 최첨단 기계로 진단합니다. 문화재의 주변 환경 진단, 구조 안전성 진단, 풍화 훼손 진단 등을 하게 되지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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