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시기가 너무 늦어져서 그 의의와 가치가 손상되는 일들이 더러 있습니다. 하물며 그것이 어떤 선각자의 정신을 기리는 일 일때면 더욱 한탄스럽겠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고청기념관 건립의 건이 그 대표적 사례라 생각됩니다. “기념관을 짓는다는 것은 한 개인의 히스토리 공간이자 그 공간에서 본받을만한 것이 있을 때 짓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2019년 폭우를 동반한 태풍으로 아까운 기록들이 얼마나 유실됐는지 몰라요. 비닐하우스 안에 보관돼있던 서적과 자료들이 속수무책으로 물에 잠겼었지요. 그러니 기념관 건립이 늦어진 것이 원망스럽기끼지 했어요. 그전에 지었더라면 하는...,” 고청선생의 아드님인 윤광주 선생의 말씀이셨습니다. 고청 윤경렬(古靑 尹京烈, 1916~1999) 선생 고청기념관 건립에 관한 시민과 후학들의 염원과 관심은 지대했습니다. 고청 선생의 유업과 업적을 기억하고 있는 시민들은 하루라도 속히 기념관 건립을 염원하고 있던 차제였었지요. 드디어 지난 20일, 양지마을 고청고택 바로 옆 부지에서 개토식을 시작으로 기념관 건립의 그 첫걸음을 알렸습니다. 2002년 선생의 제자들이 주축이 된 고청기념사업회(회장 김윤근, 관장 윤광주) 창립총회에서 기념관과 추모비 건립 등의 중요사업을 확정지은 후 19년여 만이며, 2010년경 고청 옛집을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매입해 국가유산으로 관리하면서 고청기념관 건립 추진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는 소식이 있은 지로는 11년만의 개토식이었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문화유산국민신탁과 고청기념사업회, 경상북도, 경주시가 함께 건립을 진행해왔지만 기념관 건립은 뚜렷한 진척 없이 여러 차례 설계가 수정, 축소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작게라도 시작하자’는 것의 발로로 착공이 되었습니다. 현재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 공사는 기념관 바로 앞 문천내가 범람해도 안전하도록 기초를 매우 높여 짓는다고 합니다. 2019년 태풍으로 인한 홍수 피해로 많은 자료와 서적들이 유실되고 손상된 것에 대한 깊은 우려라 보여집니다. 그리고 최근 착공이후부터 고청 선생의 기념관을 기다렸던 시민들이 공사 현장에 다녀오고 공사 진척 과정을 sns에 올리고는 합니다. 한편, 아드님인 윤광주 선생의 건강이 참으로 염려스럽습니다. 최근 지병이 부쩍 악화되셔서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기념관 건립을 염원하고 애타게 기다려 오셨기에 그 소회도 각별할 수밖에 없을텐데 정작 착공이 되면서 컨디션이 안좋아지시니 말입니다.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고 변형된 고청기념관 건립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기자도 기념관 건립 건에 대해선 여러 번 보도한 바 있지만 건립 과정을 더욱 공고히 해 무탈하게 준공할 수 있도록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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