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포졸이 한 도둑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도둑을 잡기는커녕 미리 막는 것조차 어렵다는 말이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도둑들은 틈만 보이면 남의 집을 털어 개인에게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히고 사회적으로는 불안과 혐오를 조성한다. 도둑이 도둑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고 자칫 강도로 돌변하면 그것은 더 큰 불행이 된다.
도둑을 막기 위한 방법도 다양하게 발전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CCTV를 설치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예방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고 개인은 자물쇠를 강화하거나 방범창을 달고 경보기를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이 늘어나면서 담장이나 대문이 사라졌고 현관 출입문에는 입주민들만 알 수 있는 비밀 번호가 부여된 전자식 잠금장치들이 있어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연히 도둑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둑들도 과감해져서 저층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곳은 현관출입구를 피해 도시가스배관을 타고 창까지 올라가 침입하는 사례가 자주 보도 됐다. 때문에 최근에 새로 짓는 집들은 가스 배관을 창과 멀리 설계하거나 아예 벽 속으로 집어넣어 잡을 곳이 없도록 설계하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의 어느 빌라에 방범을 위해 이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의 도시가스배관 공사가 있어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배관에 날카로운 가시를 만들어 놓아 함부로 잡을 수 없도록 조치한 가시 파이프로 배관 공사를 한 것이다. 담장 있는 집들이 담장위해 철골 쇠창살을 올리거나 유리조각을 깨서 방범장치로 쓰는 것과 유사한 방법이다. 광고용 스티커나 전단 부착을 방지하기 위해 전신주에 가시 달린 플라스틱 장치를 두른 것과 비슷한 효과다.
도둑 입장에서는 이렇게 까지 살벌하게 배관장치를 한 집을 애써 털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모습이 냉정한 세태를 반영하는 듯해 씁쓸하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서울이고 사람 많이 살다보니 온갖 일이 다 일어나는 서울이다. 가시 박힌 가스배관도 서울이니까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