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청 윤경렬(古靑 尹京烈, 1916~1999) 선생. 경주서 ‘고청 선생’은 고유명사라기보다는 보통명사다. 그만큼 널리 그 업적과 자취가 알려진 이가 드물 정도로 지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로 기억한다. 그래서 지역민의 고청기념관 건립에 관한 염원과 관심은 지대했다. 아직도 고청 선생의 모습과 활동들이 기억에 생생하다는 시민들은 하루라도 속히 기념관 건립을 염원하고 있던 차제였다. 드디어 지난 20일, 그 첫걸음으로 고청고택에서 개토식을 시작으로 기념관 건립을 알렸다.
2002년 선생의 제자들이 주축이 된 고청기념사업회(회장 김윤근, 관장 윤광주) 창립총회에서 기념관과 추모비 건립 등의 중요사업을 확정지은 후 19년여 만이며, 2010년경 고청 옛집을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매입해 국가유산으로 관리하면서 고청기념관 건립 추진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는 소식이 있은 지로는 11년만의 개토식이었다. 그 긴 시간동안 문화유산국민신탁과 고청기념사업회, 경상북도, 경주시가 함께 건립을 진행해왔지만 기념관 건립은 뚜렷한 진척 없이 여러 차례 설계가 수정, 축소되었었다.
결국 3억5000만원의 예산(문화유산국민신탁 지원금 2억7000만원, 도·시비 보조금 6000만원, 고청기념사업회 2000만원)으로 조촐하게나마 단층으로 올해 12월경 준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념관은 선생이 남긴 그림 한 폭, 원고지 한 장, 토우로 전해지는 신라인의 미소가 소중한 자료로 보존되고 선생이 하고자했던 더욱 많은 이야기를 담아 숭고한 뜻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어린이 박물관 산실인 고청 고택에 대해 역사적 가치와 이해를 하고 기념한다는 것이 기본 가닥이다.
-“그 실천으로서 매우 늦은 감이 있으나 님의 자취와 가르침을 실천하며” 고청기념사업회 김윤근 회장은 이날 개토제 축문에서 “스승의 자취는 우리들의 모습으로 남는 것이요, 우리들의 모습은 그 가르침에 어긋남이 없어야 하니 물려주신 문화유산을 잘 지키고 아껴 더욱 공부하여 새문화 창조의 길로 가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그 실천으로서 매우 늦은 감이 있으나 기념관을 하루 속히 건립하여 생활관에는 유품을 전시하고 공연과 사랑방 운영을 통해서는 님의 자취와 가르침을 실천하며 학문과 예술에 모두 전심전력으로 갈고 닦아 나아가겠습니다. 고도 경주를 빛내고 나라에 힘을 밝히는 새문화 창조의 터전으로 하겠사오니 천지신명과 토지신명님이 보호하시고 스승님이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원하옵니다. 아울러 이 기념관 공사가 다 이뤄질때까지 아무 탈없이 지어지도록 도와주시옵고 이로써 모두가 바라고 원하는 일들이 이뤄지도록 도와주시옵소서”라고 쓰고 늦었지만 순조로운 공사진행의 염원을 곡진하게 담아 읽어 내려갔다.
-고청기념관...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규모로 3개월여 공기 거쳐 오는 12월 준공예정 지난했던 기념관 설립 추진은 처음에는 자발적인 민간 주도에서 출발되었다. 2002년 8월 한국자산관리공사 권리소유인 고청기념관건립 예정부지 일부 경매에서 고청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에서 입찰해 등기이전을 완료한 것이 그것이다.
당시 고청기념사업회 회원들 모금액은 십시일반으로 1311만원에 달했다. 같은 해 11월, 창립총회에서 기념관과 추모비 건립 등의 중요사업을 확정짓는다. 그리고 2006년 10월 국립경주박물관 동편에 ‘하늘도 내교실 땅도 내교실’이라는 기념비를 건립했다. 2009년 11월에는 고청 10주기 추모식을 개최하고 제1회 고청상 시상과 추모음악회, 학술발표 등을 개최했다.
한편, 선생의 타계 후 자택과 공방이 한때 경매로 넘어가는 등 난관에 직면했으나 선생의 업적과 사랑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과 문화재청, 문화유산국민신탁의 도움으로 2010년 10년 만에 옛집을 되찾기도 했다. 고청 옛집을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매입해 고청고택을 국가유산으로 관리하게 된 것이다.
2011년 1월 문화유산국민신탁과 고청기념사업회 간 고청고택관리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고청사업회 소유 인왕동267-3(91평) 부지를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부한다. 2014년 고청사 보수공사(문화유산국민신탁, 문화재돌봄사업단,고청기념사업회 공동)를 하고 고청기념관 설치제안서를 문화유산국민신탁과 경주시와 경북도에 제출한다. 2017년 고청사업회에서 고청기념관 기본설계계획안(1, 2층으로 약 80평)을 마련해 문화유산국민신탁에 제출해 문화재청의 신축 승인을 얻는다. 2018년 계림문화재연구원에서 시굴을 완료하고 5필지-439평에 대해 문화재청에서 발굴을 결정한다. 2019년 발굴을 완료하고 고청기념관 건축 재승인(문화재청)이 된다.
그러나 지난해 2020년 기념관은 다시 축소 변경돼 재설계에 들어갔고 9월경 설계(단층, 31평으로 축소)가 완료돼 문화유산국민신탁의 계획상에는 올해 2021년 3월 착공예정이었으나 지난 7월 18일에야 경주시의 건축허가를 얻었다. 기념관 건축시공자결정을 입찰공고해 결정하고 지난 20일 기념관 개토식과 착공식을 거쳐 고청 22주기 추모식 및 제4회 고청상 시상식도 함께 가졌다. 정상적인 기념관 운영을 위해 문화유산국민신탁과 고청기념사업회는 그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고청 선생은 이제라도 건립되는 것을 기뻐하실 거예요. 그분은 모든 일에 감사하는 분이었거든요” “선생이 전하고자 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후학들에게 어떻게 전파할 지가 가장 큰 과제” 기념관 건립의 첫 삽은 뜨게 됐지만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고청기념사업회 관장이자 고청선생의 아드님인 윤광주 선생을 개토제를 마친 지난 24일 만났다. 최근 건강악화로 부쩍 수척해진 선생의 얼굴에서는 기념관 건립을 두고 진척에 어려움을 겪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읽을 수 있었다. 원래의 계획보다 축소되고 단촐해진 규모의 기념관이 건립될 것이기에 선생의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윤광주 선생은 기념관 건립에 경주의 많은 인사들의 노력에 먼저 감사하면서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 이영훈 전 국립경주박물관장 등이 문화재청, 국민신탁과의 연계한 공적을 언급했다.
“개토제가 끝나고 가만히 앉아 묵상에 빠졌어요. 고청 선생의 생전 모습과 교류하던 친구분들이 당시 어울리시던 모습이 스쳤어요. 애초에는 기념관에 대한 꿈이 많았어요. 지금 못다한 사업과 프로그램은 후학들에게 맡겨야죠. ‘작게라도 시작하자’며 이번에 결정이 났고 설계 완료, 신탁과의 계약완료가 됐습니다”
“기념관을 짓는다는 것은 한 개인의 히스토리 공간이자 그 공간에서 본받을만한 것이 있을 때 짓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2019년 폭우를 동반한 태풍으로 아까운 기록들이 얼마나 유실됐는지 몰라요. 비닐하우스 안에 보관돼있던 서적과 자료들이 속수무책으로 물에 잠겼었지요. 그러니 기념관 건립이 늦어진 것이 원망스럽기끼지 했어요. 그전에 지었더라면 하는...,”
“그리고 기존 고청 고택은 완전히 비워 활용할 예정입니다. 수많은 서적과 자료들은 기념관으로 모두 옮기고 옛날 고청 선생이 살던 모습을 보여주고 그의 흔적을 유추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할 것입니다. 고청의 체취를 느끼고 추억할 수 있도록 공간을 채울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고청 선생이 아이들에게 즐겨 이야기를 들려주던 대청마루에선 다시 어린이들과 후학들의 토론과 담소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다. 1970년 초에 건립된 고청 고택에는 당시 후학들과 그 후손들의 대를 잇는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고청 선생도 이제라도 건립되는 것을 기뻐하실 거예요. 그분은 모든 일에 감사하는 분이셔서 그러실 겁니다. 기념관 건립의 건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발안될 당시만 해도 건립에의 열기가 뜨거웠지요. 그러나 지금은 많은 이들이 떠나, 선생이 전하고자 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후학들에게 어떻게 전파할 지가 가장 큰 과제입니다”
-“운영 주체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이지만 관리주체는 고청기념사업회, 유지 받들고 이어가는 구심점 만들어야” 고청기념사업회 박임관 부회장은 “고청기념관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건립하는 기념관입니다. ‘기념관은 고청 선생이 남기고 간 가장 큰 유산인 경주의 혼과 신라의 숨결을 이어간다’는 것을 기본적인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고청 선생은 30대에 경주에 내려오셔서 50여 년을 사시는 동안 신라 문화재의 우수성에 대해 일깨우셨고 아끼고 보존하는 문화를 마련한 분입니다. 그 유지를 받들고 이어가는 구심점을 만들어가는 면에서 기념관 건립은 큰 의의가 있습니다”라고 기념관 건립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또 “경주시민 및 관광객을 대상으로 고청선생 유품 및 작품 전시, 작품 재현 판매 및 체험, 문화재 관련 교육 등을 비롯하여 경주 문화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갈 것입니다. 운영 주체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이지만 관리주체는 고청기념사업회입니다”라고 했다.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고 변형된 고청기념관 건립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마치 밀린 숙제처럼 건축물 하나를 짓는 게 능사는 아니다. ‘작게 시작이라도 된’ 그 다음에는 후학들과 고청의 정신을 계승할 우리들의 과제로 남을 것이다. 고청 선생께서 무척이나 사랑하셨다는 경주 남산의 끝자락 양지 바른 이곳에서 영원한 신라인이자 문화인이셨던 선생의 열정과 뜻을 기리는 공간이 무탈하게 준공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