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목이 마른데 물이 떨어졌다. 생각보다 긴 코스의 구간들, 서울에 위치한 한강변 둔치를 제외하면 경기도 일대의 한강변 둘레길은 자칫 물 많은 사막일 수 있다. 바로 옆에 도도히 한강이 흐르는데 송파구 경계를 넘어서고 나면 둔치들에 허가된 편의점과 카페들도 사라지고 한강 변을 넘어서 전답들이 펼쳐지거나 도시와의 접근성이 형편없이 멀어지기 마련이다. 길을 걷다보면 물 사먹을 수 있는 데가 없어 애 태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남시가 바로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눈길을 끈다. 서울시와 하남시 경계선에서 약 15킬로미터 지점, 마지막 휴게소와 25킬로 지점에 마련된 대형 냉장고에는 물병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모두 5층의 냉장고 중 아래 두 칸은 얼린 얼음물 물병들이 들어가 있고 위로 세 칸은 시원한 냉수가 들어가 있다. 8월 15일, 광복적이자 일요일인 만큼 한강변에 산책 나온 시민들이나 한강 둘레길 걸으며 운동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시민들에게 냉장고의 만남은 기쁨 그 자체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우와, 이런 데 오아시스가 다 있네” “어머, 이게 왠 일···, 그렇지 않아도 물이 떨어졌는데!!” 덥고 목마른 사람들에 얼음물 가득 채운 냉장고는 오아시스 그 이상이다. 이 냉장고를 유심히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분명히 알 듯하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1인당 1병씩만 가져가 주세요’ 냉장고에 써 붙인 안내 문구가 무색할 만큼 누구 할 것 없이 딱 한 병씩만 가져간다. 일부러 멀리 떨어져서 관찰해 보니 누구도 욕심내서 두어 병씩 챙기지 않는다. 이런 정책을 펼 때는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하남시의 기획이나 시민들의 의식 모두 100점 만점에 110점 줘도 아깝지 않다. 이 시원한 정책은 7월 31일부터 8월 31일까지 한 달 동안 시행된다. 경주도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에 이런 냉장고 하나씩 설치하면 어떨까? 특히 대능원 주차장부터 박물관에 이르는 먼 길, 가게 하나 없어 목마르기 십상인 시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여름 한 철이라도 운영하면 어떨까? 물 값은 좀 나오겠지만 그래서 기분 좋아지고 생기 얻은 관광객들이 주머니 확 열지 않을지···! 시민들만을 위해서라면 서천 둔치에 이런 냉장고 하나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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