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수년전부터 업사이클링(up-cycling) 공간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전국적 핫플레이스가 된 곳을 살펴보면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서 주목받고 있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오래된 공장, 버려진 방앗간, 농수협 창고 등의 트렌디한 변신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들 공간은 인기명소로 등극해 아날로그적 풍광과 함께 전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우리들 기억 속에 자리하는 예스러움과 최신 유행의 선각적 감각과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뤄내는 것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또 다른 감성적 장치로 작동해 우리의 기억에 저장되기에 이들 공간을 찾는 발길은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이끌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경주 황리단길 한 켠에도 오래돼 잊혀진듯한 정미소가 최근 갤러리 공간으로 탈바꿈해 발길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인데요, 바로 대릉원에서 황리단길로 진입하는 포석로에 있는 황남정미소 갤러리가 그곳입니다. 이곳 정미소는 경주출신 재미화가 김영길 작가의 본가로 알려져 있으며 김영길 작가가 미국으로 이전후인 1990년부터 30여 년 간 폐가처럼 방치돼 있었습니다. 이를 ㈜사랑의 집수리, 망치와 벽돌 이정환 대표와 락희원 이상문 대표가 김영길 작가의 허락을 얻어 문화공간으로 꾸미자는데 합의해 지금의 공간으로의 변신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빈티지한 정미소의 집기들과 도구 등 예전 정미소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이곳의 본분은 정미소였음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와 함께 빛바랜 추억을 환기시켜줍니다. 지난 4월엔 경주 어반스케치 회원과 영남 어반 스케치 회원들이 참여해 뜻깊은 전시회가 열려 경주시민과 관광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오는 7월18일까지는 최부식 소장전 ‘낡고 오래 되어도 빛나는’ 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소장자 최부식 씨는 경주문화원 이사이자 경주문화재야행예술감독을 지낸 바 있는 경주 문화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소문난 콜렉터입니다. 수 십 년간 수집해 온 미술품의 일부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죠. 상업화 일변도의 황남동과 황리단길에 새로운 명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곳 황남정미소에 우리가 거는 기대는 아름답고 큽니다.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 우리 곁에서, 황리단길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청량제 같은 쉼표로 역할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칠이 벗겨진 채 허름하지만 그대로 하나의 조형물로도 손색없는 황남정미소의 양철 외관, 투박하지만 손때 묻어 반지르한 집기 등에서는 스르르 무장해제 되는 푸근함이 번집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곳에서 잠깐 한 눈 팔고 와도 참 좋을 듯합니다. 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그림=김호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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