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도시란 도시 생활의 기본조건을 충족시키면서 다양한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제공하는 여유롭고 안전한 도시로 의미된다.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직접 행복도 추구하고 있다.
새해 벽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각 기초지자체 주민들의 ‘사회안전체감도’를 측정한 ‘2021사회안전지수’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지수는 여론조사기관을 비롯한 복수의 기관이 기존 지자체의 안전수준을 평가하는 정부의 통계자료와 같은 객관적인 지수에 주민 설문조사와 같은 주관적인 지표를 활용해 도출한 내용이어서 의미 있다고 한다.
이 지수는 우리 사회의 안전에 영향을 주는 ‘생활안전’ ‘경제활동’ ‘건강보건’ ‘주거환경’ 등 4개 분야를 지표로 했다. 이 지수가 주목을 받는 것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해온 통계를 통한 객관적인 지표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직접 느끼는 만족도나 기대감 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삶의 질이란 생활 전반에 대한 개인의 만족감이나 행복의 정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번에 발표된 ‘사회안전지수’ 순위를 보면 일반적인 지역의 경제적, 물리적 환경보다는 미래에 대한 안정과 행복, 심리적 안정 등에 따라 다르게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삶의 질이 단순히 경제적 기반이나 도시환경의 정량적 수치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주관적 만족도에 따라 ‘살기 좋은 도시’의 기준이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과거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은 경제와 일자리, 주거여건, 쾌적한 도시환경, 교육여건, 생활안전 등이 잘 갖춰져 있느냐가 중요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통계에 의한 객관적인 주민 만족도가 아닌 주민들이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 주민 만족도가 ‘살기 좋은 도시’의 기준이 된 것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민선 단체장들은 ‘가장 살고 싶은 도시’ ‘행복도시’ ‘잘사는 도시’ ‘미래도시’ 등의 각종 슬로건을 공약으로 내걸고 정책을 추진해 왔다. 단체장들도 도시의 성장과 함께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수행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사회안전지수’를 보면 기존에 알려졌던 ‘살기 좋은 도시’의 순위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에 따르면 전국에서 ‘사회안전지수’ 1위를 차지한 용산구의 경우 객관적 지표에서는 10위였지만 주민들의 체감도가 반영된 주관적 지표에서 압도적 1위로 나왔다. 남원시의 경우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중소도시 중에서 가장 안전지수가 높게 나왔다. 특히 세부 지표 중 생활안전(4위), 건강보건(3위) 분야의 순위가 높아 주민 체감형 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풍부한 역사문화유산과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춘 경주시. 살기 좋은 도시로 꼽자면 항상 최상위에 있다고 여겨왔던 경주시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번 ‘사회안전지수’ 분석에서 경주시는 조사대상인 155개 시·군·구 중 하위 그룹인 103위를 기록했다. 경북에서는 1위인 영주시(74위), 2위인 안동시(79위)에 이어 3위다.
경주시의 이 같은 결과는 주민들이 직접 생활하는데 불편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국회미래연구원이 개통한 ‘대한민국 행복지도’ 분석결과 경주시민들의 국민행복지수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하위권에 머문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경주시의 낮은 ‘사회안전지수’는 주민들이 지역 내에서의 경제활동에 대한 소득 만족도가 떨어지고, 직업 만족도와 일자리의 안정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생활안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과로 보여 진다. 또 도시 정비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인해 주민들의 주거환경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도 요인일 것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해가 바뀔 때마다 지역 발전을 위한 전반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주민들과 약속했다. 올해도 주 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소통하며 시정에 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주 시장이 ‘소통과 공감행정’을 강조한 것도 주민들의 지지가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2021년부터는 통계의 의존한 객관적인 지표를 올리기보다는 주민들이 경주에 살면서 행복을 체감할 수 있는 ‘살기 좋은 도시’를 지향하는 경주시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