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지방자치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1991년 광역, 기초의원선거를 시작으로 1995년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를 실시하면서 주민대표는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골격이 갖춰졌다.
지방자치제는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된 이후 1991년 시행에 들어갔지만 지방분권이나 주민참여권 등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지역의 대표를 직접 선출하는 지방선거 이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리고 지방자치제의 큰 틀을 유지하기 위해 실시한 지방선거는 주민을 위한 선거가 아닌 중앙정치의 지방정치 장악으로 변질됐다. 광역단체장, 지역구 국회의원, 시장, 광역, 기초의원 등 선거직들은 서로 유·불리 관계를 따지면서 지방분권과 주민자치역량 강화를 외면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법이 제정된 지 32년 만인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법률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강화한 지방분권과 주민참여자치권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법은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중앙정부의 자율적인 사무배분을 방지하기 위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설치해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과정에 지방의 주체가 참여하도록 했다. 즉, 중앙정부의 획일적 정책 결정이 아닌 지역의 여건에 따라 기관구성을 할 수 있고 스스로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대의기구인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를 위한 규정도 마련됐다.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임면, 징계 등 인사권이 의장에게 부여되고 자치입법, 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하는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의원 정수의 1/2 범위 내에서 둘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방의회가 전문성을 높여 주민대표기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취지로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주민참여자치권 강화이다. 지방의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주민 참여권을 신설했다. 특히 주민조례발안법을 별도로 만들어 주민들이 직접 조례를 제정, 개정, 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운영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중요한 활동사항을 모두 공개하는 조항도 만들어 주민들이 참여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보면 당초 정부안에 포함됐던 주민자치회 설치 근거 조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된 것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또한 전문 인력 충원 과정이나 의회의 사무국 직원 임용권과 집행부와의 임용관계 등도 현 여건상 출동소지가 있어 좀 더 세밀한 내용으로의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공포 후 1년 뒤인 2022년 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지자체마다 상위법에 따른 후속 법령 개정을 서둘러 진행할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지체가 정착되기 위해선 관련 법령의 제·개정에 못지않게 주민들이 지방자치제 이해하고 참여하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은 집행부와 의회, 주민이 주축이다. 주민들의 자치의식이 높을수록 지방자치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정착될 것이며 주민들의 권익 또한 보장될 것이다.
지방중소도시의 경우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30년이 됐지만 여전히 지방분권이나 주민참여자치권에 대해 인식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앙집권형 정책을 수행하면서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심화돼 국가역량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했다. 건강한 지방이 받치고 있을 때 나라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주민들은 어느 지역에서 생활하던 삶의 질 높아질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다. 지금 경주사회의 지방자치제에 대한 이해도는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지방자치제는 주민이 지역의 주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주민들의 권한이 보장되더라도 주체적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지방자치법이 아무리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개정되더라도 빛을 발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주민들이 스스로 주권을 행사하는 시기임을 직시해야 한다.
경주시와 경주시의회는 경주라는 수레를 끌고 가야 하는 두 바퀴다. 그리고 주민은 그 수레에 타고 있다. 수레가 제대로 균형을 잡고 앞으로 가기 위해선 두 바퀴가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레에 탄 주민들도 두 바퀴가 갈 굴러가는지 살피고 힘을 보태야 한다. 지방자치제는 주민들을 위한 것이며 정착여부도 주민들에 달렸다는 점은 다시 한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