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오전 11시경 강한 바람과 폭우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고 경주를 관통했습니다. 제8호 태풍 ‘바비’, 제9호 태풍 ‘마이삭’에 이어 태풍 하이선이 북상하면서 우리나라는 열흘간 3개의 태풍을 마주했습니다. 이처럼 단기간 내 태풍 여러 개가 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강도도 ‘매우 강’이었죠. 하이선의 영향으로 우리 지역 평균 강수량은 170mm가 넘은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하이선이 경주를 관통하면서 지역 곳곳에서는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여러 피해와 함께 하천 수량이 불어나고 범람하는 곳도 생겼지요.
그런데 하이선이 경주를 훑고 지나간 그날 오후의 하늘은 유난히 드높고 푸르렀습니다. 전혀 달라진 하늘을 바라보며 새삼 대자연의 위력을 절감했습니다. 아직 바람이 잦아지지 않고 불던 저녁나절 나선 산책길에는 평소처럼 사람들이 운동을 하거나 산책중 이었습니다. 구황동과 동천동을 연결하는 북천의 다리인 구황교와 알천교 아래 강변산책로변 하천에는 탁한 황갈색의 강물이 기세등등하게 넘실대며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유속 때문이었는지 물소리도 우렁찼습니다. 덕동댐에서 보문호를 거쳐 이곳 구황교와 알천교를 지나 흐르는 강물은 늘 우리에게 잔잔하고 평온한 모습이었습니다만 연이은 세 개의 태풍으로 강물은 급격히 불어나 매우 위협적인 모습으로 돌변했습니다.
지리한 여름날의 열기를 누그러뜨려주는 장맛비는 서정적이고 반갑기도 한 존재였습니다. 퍼붓던 소나기의 매력은 또 어떠했습니까. 수직으로 혹은 사선으로 내리꽂히던 소나기는 여름 한 철 반가운 손님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비 때문에 울적하고 지쳐가고 있습니다. 길었던 장마와 연이은 태풍에 시민들은 두려움과 위기감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유독 강한 태풍이 연달아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를 지목했다지요. 지구온난화로 인한 태평양의 이상기후가 강한 태풍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그동안 사람들이 자연의 경고에 귀기울이지 않았던 것에 대한 경고일까요? 벌을 받는 걸까요? 이제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을 마냥 편하게 누리는 것이 아니라 톡톡히 댓가를 치러야 자연이 베풀어주는 혜택을 맛보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이번 태풍들로 새삼 자연의 위력 앞에 한없이 미약한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겸허하게 자연의 경고를 예의주시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해야겠습니다. 엄청나게 불어난 강물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저녁이었습니다.
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 그림=김호연 화백